미국과 중국 간 통상전쟁이 벌어졌지만 중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락됐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양측의 지식재산권 보호 합의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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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둑질을 그냥 놔둘 수 없다”며 중국에 대한 통상전쟁 수위를 높였다. 강공은 통했다. 중국은 지난 20일 미국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가장 중시하겠다”며 “특허법을 포함해 해당 분야의 법·규정을 적절히 개정하겠다”고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차단, 글로벌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를 꺾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제시한 대미 수입 목표치를 거부하며 중국이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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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에선 “중국이 백기를 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변훈석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은 “중국이 미국에 패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특허제도와 운영 철학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초로 특허제도를 도입한 건 영국이다. 이를 통해 기술패권을 장악한 건 미국이다. 미국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특허제도를 도입하면서 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국 헌법에 잘 드러나 있다.

미국 헌법 제1조 8절 8항은 “저작자와 발명자에게 그들의 저술과 발명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일정 기간 확보해 줌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명시했다.

박재근 한양대 석학교수는 “한국도 세계 5대 지식재산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 규제가 특허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식재산권 취지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도전적 기술을 위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미래 기술 관련 특허와 디자인, 상표 등 지식재산을 선점하려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차원(3D) 프린팅,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한국의 특허 경쟁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4위다. 지능형 로봇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될 전망이다.

특허를 선점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특허를 활용해 남보다 먼저 제품을 제조해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상화폐 기술로 비교적 뒤늦게 국내에 알려진 블록체인만 해도 한국이 아직 뒤처지지 않은 기술로 분석된다.

특허전략개발원이 블록체인 기술 분야의 세계 특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서비스 플랫폼과 은행, 투표, 계약, 거래 부문에서 다른 나라를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더 많은 응용기술 분야는 아직 어느 나라도 주도하는 곳이 없다.

변 원장은 “특허 정보를 적극 활용해 블록체인 기술에서 약한 분야에 투자를 보강하고 어느 나라도 주도하지 않는 초기 부상 기술을 집중 발굴한다면 한국이 블록체인 서비스 분야의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