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자산운용 사업 확대… 非은행 부문 강화할 것"
“기회가 된다면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펴볼 겁니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경영전략으로 M&A를 검토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M&A뿐 아니라 부동산 금융 확대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농협금융을 키워갈 계획”이라며 “부동산 금융은 범농협 자체의 유휴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부가적인 수익을 낼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내 가장 공들일 현안으로는 생명보험과 자산운용 사업 확대를 꼽았다. 김 회장은 “임종룡 전 회장이 증권 강화, 김용환 전 회장이 은행 정상화 및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면 나는 생명보험과 자산운용의 수익성 확대를 대표 정책으로 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을 세운 것은 지난달 30일 취임 후 한 달간 농협금융 사업 상황을 점검한 결과 수익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의 사업과 자산 포트폴리오는 균형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수익은 은행에 편중돼 있다”고 진단했다. 농협금융은 전체 자산 규모 400조원 중 은행이 60%, 비은행이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수익에서의 비중은 은행이 75%, 비은행이 25%다. 그중 생명보험은 자산 규모가 64조원인 데 비해 영업이익은 854억원에 그쳐 관리가 시급하다고 김 회장은 분석했다.

그는 “수익성 측면에서 비은행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려 균형 있는 수익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차원에서 빅데이터 사업에도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금융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할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당장 1등을 하는 것보다 1등을 하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잘 파악하고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빅데이터는 반드시 놓쳐선 안 될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도 꾸준히 확대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김용환 전 회장이 세운 계획대로 2020년까지 연간 수익의 10%씩을 해외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네 곳을 집중적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관직에 입문한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을 두고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좋은 자리를 꿰차고 과실만 따 먹는다는 모피아의 부정적인 사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불씨 역할을 자처하며 진정성 있게 일하는 관료도 많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학여 역수행주 부진즉퇴(學如 逆水行舟 不進則退)’를 경영 신조로 제시했다. 배움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처럼, 나아가지 않으면 바로 후퇴한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발전해야 한다”며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을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며 미래 사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20년 4월까지 2년간이다. 김 회장은 “올해 말까지는 사업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글=정지은/안상미 기자 jeong@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