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도 홍역을 앓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브라질·아르헨 등 외환위기 공포 확산… 印尼는 2주새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 주식시장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는 29일(현지시간) 1126으로 지난 3월 고점 대비 8%가량 하락해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신흥국을 떠난 투자자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 들어 통화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30일 기준금리를 연 4.50%에서 연 4.75%로 전격 인상했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7일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2주일도 안 돼 다시 금리를 올리며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올 들어 현재까지 달러화 대비 4.5% 하락했다.

베트남 증시 호찌민VN지수는 지난 28일 연중 최저인 931.75까지 떨어졌다.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4월 고점 대비 23%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베트남 증시는 올 1분기 과열 양상을 보인 뒤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선 시기와 신흥국 위기 흐름이 맞물리며 낙폭이 커졌다.

남미 국가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이날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76,071까지 내려앉았다. 브라질은 트럭운전기사들이 유류세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벌여 물류가 마비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유출돼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한 달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치솟으며 연 11.2%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연초보다 12.7%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통화 가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40%대까지 끌어올렸음에도 환율이 이날 달러당 24.85페소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달러화 대비 페소 가치는 33.6% 폭락했다.

터키는 기준금리 인상 후 환율 급등은 진정됐지만 통화가치가 연초 대비 20.5%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