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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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유럽발(發) 불안 확산에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4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약화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비춰 전 유럽으로 위기 국면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고, 국내 증시의 경우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30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0.91포인트(2.07%) 내린 2406.34를 기록 중이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가 정치불안에 따른 이탈리아 금융시장 불안과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하락한 가운데 코스피는 2440선에서 약세로 장을 시작했고, 이후 낙폭을 점차 키웠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속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 불안 여파로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촉발되지 않을지 금융시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연정 출범이 좌절되면서 다시 무정부 상태가 됐다. 스페인에선 제1야당인 사회당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제안한 상태다.

박세원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던 스페인까지 정치적 불안에 휩싸이며 과거 남유럽 국가 위기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로존의 경제지표는 대부분 예상치를 하회했고, 유로존 1·2위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에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산업생산 등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정치 불확실성이 확산돼 즉각 금융시장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정치 리스크를 내포한 상태에서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당분간 세계 경기 모멘텀이 유로존에 의해 약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탈리아 2년물 금리가 1992년 이후 26년 만에 최대 폭으로 급등했고, 미국 10년물 금리는 2.8%가 깨지며 급락했는데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가장 강력한 하락"이라며 "그리스 사례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실제 유로존 탈퇴는 없더라도 불확실성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3년 이탈리아 총선 마찰 당시 유럽 증시 전체에 조정으로 확산되지 않았던 과거사례 등에 비춰 이번 사안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지적 리스크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전문가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 유럽연합(EU) 탈퇴 등 공약을 앞세운 오성운동이 원내 3위 정당으로 약진하며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당시 현지 증시는 총선 전후 15% 내외로 조정을 마무리지었고, 전 유럽의 증시 조정폭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그리스 총선 사례의 경우 증시 조정 폭이 더 컸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겪던 국가인 만큼 현재 이탈리아와 비교하기 어렵다"며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이 9월 총선 전까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해 코스피 2450선 하회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2450선은 12개월 선행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9.2배로 2013년 이후 평균 수준(PER 9.9배)을 하회하는 만큼 추가 하락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