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제공
위암 수술을 받고 퇴원한 A씨는 집에서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요양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차고 운동하면 앱에 자동으로 운동량과 심박수가 기록된다. 담당 의사가 이를 확인한 뒤 운동 시간을 좀 더 늘리라고 조언한다. 또 매일 먹은 음식을 앱에 입력해 의사가 권장한 식단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고 궁금한 게 있을 때 전화로 물어본다.

앱과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헬스케어'가 발전하면서 암 환자가 집에서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암 환자가 통원 치료를 받기 때문에 재택 관리가 중요함에도 관련 정보가 부족하거나 원격으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암 환자의 재택 건강 관리가 상용화하면 암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티인프라는 암 환자에게 식단 정보와 운동법을 제공하는 앱 '키니케어'를 개발했다. 박동국 유티인프라 대표는 "암 환자 대다수가 정보 부족으로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키니케어는 곡류 어육 채소 등 식품군을 기반으로 환자 식단을 평가하고 어떤 식품군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의 하루 적정 섭취량을 곡류군 10단위, 어육군 6단위, 채소군 12단위, 지방군 4단위, 우유군 1단위, 과일군 3단위로 간소화했다. 쌀밥 한 공기는 곡류군 3단위, 생선 한 토막은 어육군 1단위처럼 음식마다 단위가 설정돼 있기 때문에 환자가 무엇을 더 또는 덜 먹어야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한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 이번 달 끝난다"며 "대장암 등 다른 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 맞춤형 운동 모델도 만들었다. 한국체력코치협회와 함께 제작한 '키니케어 5레벨 프로그램'은 암 환자가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법 50여 가지를 부위, 강도 등을 고려해 다섯 범주로 분류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과 환자 대상 프로그램 적용을 논의 중이다.

박 대표는 "여러 논문을 바탕으로 환자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법을 엄선해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며 "환자는 의사 지시에 따라 앱에 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영상을 보며 따라하면 된다"고 했다.

환자가 집에서 앱과 기기를 활용해 데이터를 측정 및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암 환자들이 퇴원한 뒤 집에서 직접 예후를 관리할 수 있게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에필 케어'를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에필케어는 크게 앱과 이에 연동되는 기기로 구성된다. 앱은 의약품·운동·영양 등 질환별 맞춤형 콘텐츠, 진료기록과 라이프로그 같은 개인 건강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하는 헬스 프로필, 통증·부작용·활력징후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이어리를 포함한다. 체온계, 혈압계, 혈당계 같은 의료기기가 앱에 블루투스로 연동돼 환자가 집에서 일상적으로 몸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메디플러스솔루션의 '세컨드 윈드'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앱과 의료기기를 통해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앱과 웨어러블 기기로 영양 상태, 운동량, 혈당 등 정보를 생산하고 문자와 음성녹음파일로 궁금한 점을 의료진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의료진도 환자가 기록한 데이터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재택 환자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보호자에게 질병에 대한 교육 자료를 제공해 환자 요양을 지원할 수 있게 돕는다. 보호자도 환자가 기록하는 데이터를 공유 받고 투병생활을 거드는 데 필요한 사항을 의료진에게 문의할 수 있다.

세컨드 윈드를 위암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후 관리 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는 형우진 연세암병원 위암센터장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지만 환자가 수술 후 퇴원해 병원에 오지 않고도 의료진과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재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조금씩 관리 범위를 넓혀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암 환자의 재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됐는데 수가 문제 등 제도가 아직 뒤쳐졌다"며 "해외에서 원격 건강 관리 서비스가 활발한 것처럼 한국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