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바일게임 결제 한도 제한을 청원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청원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장치로 모바일 게임 결제 한도 제한을 청원한다"며 "사행성 게임에 대한 철저한 규제를 통해 기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감시해달라"고 했다. 청원글에는 "도박, 카지노보다 더 하다", "사행성이 심한 확률형 아이템(랜덤박스)은 1인당 횟수 제한이 필요하다", "게임으로 위장한 도박"이라는 의견이 수 백 개 달렸다.

모바일게임 결제 한도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PC온라인게임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국내 게임산업 규제는 세 가지로 나뉜다. 청소년의 심야시간(00시~06시) 인터넷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월 결제 금액을 성인 50만원·청소년 7만원으로 제한하는 '온라인 게임 규제', 월 결제액과 1회 배팅 한도를 30만원·5만원 등으로 제한하는 '웹보드 게임 규제'도 있다.

셧다운제는 도입된 지 7년이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가 셧다운제의 개정을 요구하면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반대하는 흐름이다. 온라인 및 웹보드 게임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성인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와 사행심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다툰다. 특히 규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말하는 '실효성(實效性)'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이 나온다.

모바일게임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나온 건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일정 확률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말한다. 5000원을 내고 어떤 아이템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박스'를 사면 일정한 확률로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식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획득 확률 및 획득 기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 모바일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의 당첨확률은 0.0001%(10만분의 1)에 불과했다.

여기에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 3사(3N)가 모바일게임에 아이템 거래 기능을 도입하면서 규제에 힘이 실렸다.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바일게임에 대한 규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모바일게임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이를 막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제 한도 규제를 도입할 경우 확률형 아이템의 피해를 막아 건강한 게임 환경을 만들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대 측은 "성인 이용자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규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해외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별 확률 공개, 게임 내 확률 공개, 게임 내 위치 안내 등 자율 규제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규제 보다 자정노력을 통한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게임 과몰입, 과의존, 중독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