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버스기사 최대 1만7천명 추가채용 필요…요금 인상 가능성

정부가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을 한 달 앞둔 31일 버스업계 등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을 내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원래 노선버스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버스기사의 하루 8시간 기본근무는 지키면서 연장근로는 무제한으로 시키는 방식으로 노선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주당 근무시간이 당장 7월 1일부터는 68시간, 내년 7월 1일부터는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됐다.

68시간은 기본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으로 구성된다.

현재 노선버스 기사들은 평균 60시간 정도 일해 주 68시간 근무 범위 안에는 있다.

도지역은 58시간, 농어촌은 62시간 등으로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으로 묶여 하루 2∼3시간밖에 할 수 없게 됐다.

기존 경기지역 노선 버스 회사들은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9시간 등 모두 17시간을 근무하고 다음 날 쉬는 격일제 근무를 일반적으로 적용해 왔다.

새로운 근로시간 체계에서는 운전자를 충원해 1일 2교대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버스 운전자를 갑자기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정부와 버스회사가 선택한 대책이 탄력 근무제 도입이다.

격일제 근무 체제로 2주 단위로 탄력 근무제를 한다면 첫주는 76시간, 둘째 주는 60시간으로 만드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법규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하루 18시간가량 장시간 일하게 되는 현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도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버스기사에게 휴일과 휴식을 제대로 보장한다는 것이기에 한계 근무시간은 주 60시간이라 본다"고 말했다.

사실 탄력 근무제만으로 버스대란을 완전히 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이 올해 7월 1일 탄력 근무제를 도입했을 때를 가정하고 산출한 추가 필요인력은 2천207명이다.

그러나 7월까지 추가로 확보하기로 목표를 설정한 버스기사는 500명가량으로, 고용부가 추정한 필요인력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산출한 추가 필요인력은 탄력적 근무시간을 가정했지만 8천854명으로 고용부 측과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가 인력을 산출하는데 기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7월 1일 주 52시간 근무체제가 됐을 때다.

탄력 근무제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수준이어서 이때는 버스기사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내년 7월 1일 기준으로 고용부 측 법무법인이 추산한 추가 인력은 7천677명,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산한 것은 1만7천797명이다.

단, 이때 고용부 측 법무법인은 탄력적 근무제가 시행됐을 때를 가정했고 교통연구원은 미시행을 가정했다.

국토부와 노동부는 신규 인력을 확보한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00인 미만 기업이 기사를 신규 채용한 경우 1인당 지원액을 80만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높이고, 임금보전 기간도 1∼2년에서 1∼3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신규채용에 대한 1인당 지원을 월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월 이후 신규 채용한 버스기사는 250명가량으로 하루에 20명씩 채용 중"이라며 "7월 1일까지 목표치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후에도 계속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군에서도 제대 예정자 중 버스회사 취업을 희망하는 장병들에게 운전 교육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 하반기에는 1천200명의 군 출신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버스업계 고용 인원은 13만명이며, 대형면허 소지자는 30만명가량 된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버스업계로 유입해야 하지만 워낙 버스업계가 근로여건이 열악하고 소득수준도 낮아 찾는 이가 많지 않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인구 과소지역은 지자체 지원 비율이 50% 가까이 되고 있어 국토부는 이들 지역의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책은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재 서울과 부산에 정착된 버스 준공영제를 다른 시도로 확대하기 위해 버스 준공영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지금도 주 52시간 근로 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버스기사 추가 채용에 따른 버스업계의 재정 악화와, 그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이나 버스요금 인상도 자연스럽게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버스요금 인상 등은 지금으로선 언급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회사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사무여서 중앙에서 관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지금도 버스업체에 대한 지자체 지원 액수가 1조9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고, 버스업계의 경영 효율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