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넘어 동맹국까지 관세 때린 트럼프… "세계 경제에 대공황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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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차별 통상전쟁
미국發 보호무역주의…세계 경제 충격 우려
EU "美 청바지·오토바이 등 동일 수준 보복관세 부과"
트럼프, 수입차 관세도 검토
"뉴욕 도심서 벤츠 사라질 때까지 현재 무역정책 유지하고 싶다"
미국 내부서도 비판 들끓어
"중국 대하듯 동맹국 때려"
"최대한 엄포 트럼프 협상방식
막판 타협 가능성 열려 있어"
미국發 보호무역주의…세계 경제 충격 우려
EU "美 청바지·오토바이 등 동일 수준 보복관세 부과"
트럼프, 수입차 관세도 검토
"뉴욕 도심서 벤츠 사라질 때까지 현재 무역정책 유지하고 싶다"
미국 내부서도 비판 들끓어
"중국 대하듯 동맹국 때려"
"최대한 엄포 트럼프 협상방식
막판 타협 가능성 열려 있어"
“세계무역기구(WTO) 전신인 ‘관세와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T)’이 출범 70주년을 맞은 2018년 세계 통상이 위기에 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1일(현지시간) 중국에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국들과 무역 분쟁에 휘말리자 이같이 보도했다. 일부에선 막판 타협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보복에 보복이 꼬리를 무는 통상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도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꼬리에 꼬리 무는 관세 보복
미국 정부는 이날 EU 등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들 국가가 두 달에 걸친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지난 3월8일 모든 수입철강 제품에 추가 관세부과 방침을 발표한 미국은 유예기간을 연장하면서 이들과 협상해왔으나 타협에 실패했다. 유예기간을 준 7개국 중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와만 합의를 이뤘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면제도 계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동부시간 6월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는 불법”이라고 항의했다. 또 “EU가 단호하고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7월1일부터 오렌지 주스,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각각 보복관세 부과 목록을 발표했다. 미국과 동맹국의 보복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상무부에 수입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뉴욕 5번가를 다니지 못할 때까지 현재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내놨다.
‘미국 철강 관세 부과→EU 등의 보복 관세→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와 같이 난타전이 이어지면 세계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도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2만여 개 수입품에 최고 400% 관세를 매긴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수입액은 1929년 44억달러에서 1933년 15억달러로 줄었지만, 각국의 무역 보복으로 수출도 54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61%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0%가량 감소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도 무역전쟁을 촉발해 이후 10년여 동안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으로 나타났다.
흔들리는 미국의 리더십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럽과 미국의 ‘서양 동맹’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불협화음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측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본격화됐다. 여기에 유럽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올 들어선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했다. 최근엔 이란 핵합의까지 탈퇴하자 함께 핵합의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은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EU와 캐나다 등은 동맹국인 만큼 중국과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케빈 브래디 미 하원 세입위원장(공화)은 “철강 및 알루미늄 불공정 무역과 관련해 문제는 멕시코, 캐나다,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유럽, 캐나다, 멕시코는 중국이 아니다”며 “적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동맹국들을 대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묶여 있는 NAFTA의 운명도 먹구름에 휩싸이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관세 부과로 NAFTA 재협상 타결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들은 복잡한 NAFTA 회원국 간 공급망에 의존해왔다”며 “이들이 관세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상품값 인상이나 임금 삭감 등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심스레 나오는 타협 가능성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한 이번 분쟁이 전면적인 통상전쟁으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대한 엄포를 놓은 뒤 한 발씩 물러나면서 얻어낼 것을 얻어내려는 게 미국 전략이라는 것이다. 로스 상무장관은 “계속 협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폭락하지 않고 1% 안팎으로 내린 것은 ‘파국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표도 ‘협상 전략’의 일환일 수 있지만, 무역갈등 심화는 세계 경기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안토니 세그림번 시장전략가는 “무역갈등은 경제를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철강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재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쓰려고 고안했지만 지금은 기업에 공급망 붕괴에 대한 불안을 일으키고 동맹국엔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워싱턴포스트는 31일(현지시간) 중국에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국들과 무역 분쟁에 휘말리자 이같이 보도했다. 일부에선 막판 타협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보복에 보복이 꼬리를 무는 통상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도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꼬리에 꼬리 무는 관세 보복
미국 정부는 이날 EU 등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들 국가가 두 달에 걸친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지난 3월8일 모든 수입철강 제품에 추가 관세부과 방침을 발표한 미국은 유예기간을 연장하면서 이들과 협상해왔으나 타협에 실패했다. 유예기간을 준 7개국 중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와만 합의를 이뤘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면제도 계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동부시간 6월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는 불법”이라고 항의했다. 또 “EU가 단호하고 상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7월1일부터 오렌지 주스,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각각 보복관세 부과 목록을 발표했다. 미국과 동맹국의 보복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상무부에 수입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메르세데스 벤츠가 뉴욕 5번가를 다니지 못할 때까지 현재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내놨다.
‘미국 철강 관세 부과→EU 등의 보복 관세→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와 같이 난타전이 이어지면 세계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도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해 2만여 개 수입품에 최고 400% 관세를 매긴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수입액은 1929년 44억달러에서 1933년 15억달러로 줄었지만, 각국의 무역 보복으로 수출도 54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61%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0%가량 감소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것도 무역전쟁을 촉발해 이후 10년여 동안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으로 나타났다.
흔들리는 미국의 리더십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유럽과 미국의 ‘서양 동맹’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불협화음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측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본격화됐다. 여기에 유럽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고 올 들어선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이전했다. 최근엔 이란 핵합의까지 탈퇴하자 함께 핵합의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은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EU와 캐나다 등은 동맹국인 만큼 중국과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케빈 브래디 미 하원 세입위원장(공화)은 “철강 및 알루미늄 불공정 무역과 관련해 문제는 멕시코, 캐나다,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유럽, 캐나다, 멕시코는 중국이 아니다”며 “적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동맹국들을 대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가 묶여 있는 NAFTA의 운명도 먹구름에 휩싸이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관세 부과로 NAFTA 재협상 타결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기업들은 복잡한 NAFTA 회원국 간 공급망에 의존해왔다”며 “이들이 관세 비용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상품값 인상이나 임금 삭감 등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심스레 나오는 타협 가능성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소한 이번 분쟁이 전면적인 통상전쟁으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대한 엄포를 놓은 뒤 한 발씩 물러나면서 얻어낼 것을 얻어내려는 게 미국 전략이라는 것이다. 로스 상무장관은 “계속 협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폭락하지 않고 1% 안팎으로 내린 것은 ‘파국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표도 ‘협상 전략’의 일환일 수 있지만, 무역갈등 심화는 세계 경기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안토니 세그림번 시장전략가는 “무역갈등은 경제를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철강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재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쓰려고 고안했지만 지금은 기업에 공급망 붕괴에 대한 불안을 일으키고 동맹국엔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