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촉구한 ‘과감한 결단’ 조치는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를 조기에 반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는 미국의 주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1일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 초기 단계에 핵물질, 핵무기를 전부 신고하고 국외로 반출하라고 요구했을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그동안 해왔던 단계적 비핵화 방식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초기에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단계적 비핵화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김정은이 계속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합의는 안 될 것”이라며 “미국은 큰 틀에서 양보하진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 센터장은 “이제 남은 변수는 김정은이 회담 전에 태도를 바꾸는지 여부”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비핵화 마지막 단계에서 핵무기를 내놓겠다고 하니까 미국은 완성된 핵물질 일부라도 해체해서 반출하라는 주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회담에서 북한 핵물질을 조기에 반출하는 반대급부로 미국이 어떤 보상을 해줄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김정은이 결단을 내리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이 추가 협의를 통해 정리하고, 미·북 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합의문에 서명만 할 것”이라며 “두 정상의 특성상 직접 협상을 벌일 경우 잘못하면 협상판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큰 틀은 공감하면서도 세부적 이견은 많이 좁히지 못한 것 같다”며 “미국은 우선 핵물질, 핵무기를 조기에 빼내는 것부터 요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는 시점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2020년 정도까지 하겠다고 명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핵화 로드맵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 조치 등이 담길 수 있고 비핵화의 세부적 내용에 대해선 미·북 간 후속 협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