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놓고 양승태·김명수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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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 "거래는 상상불가…결단코 없어" vs
金 "사찰받은 법관에 위로" 적폐청산 내비쳐
양승태, 성남 자택 앞서 회견
"블랙리스트 의혹 사실 아니다
법관에 불이익 준 적 전혀 없어"
김명수, 전국 법관에 또 반성 메일
"잘못된 관행·문화 바꿔야
뼈와 살 도려내는 고통 필요"
金 "사찰받은 법관에 위로" 적폐청산 내비쳐
양승태, 성남 자택 앞서 회견
"블랙리스트 의혹 사실 아니다
법관에 불이익 준 적 전혀 없어"
김명수, 전국 법관에 또 반성 메일
"잘못된 관행·문화 바꿔야
뼈와 살 도려내는 고통 필요"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입을 열었다. 대법원장 재임 시절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결단코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혹한 심정’이라며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화한 데 대한 정면반박이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다시 한번 전국 법관에게 반성의 글을 메일로 보냈다. 전·현직 대법원장의 정면충돌이다.
◆양승태 “재판 거래는 상상 불가”
이날 오후 2시13분 양 전 대법원장이 경기 성남시 시흥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재판독립을 금과옥조로 삼아 법관으로 45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재판에 관여하고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흥정거리가 아니며 거래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며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재판에 성향을 나타낸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인 ‘현안 관련 말씀자료’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만나면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덕담하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의미에서 말씀자료가 나오는 거고 이래저래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 검토 여부를 두고도 “신년 하례식에 갈 때도 그런 것(말씀자료)을 다 준다”며 “한번씩 보고 버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봐야 할 문제”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반박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일부 대법관이 모욕을 느끼고 양 전 대법원장이 침묵하는 데 상당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기정사실화하듯 나서버리니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판거래’ 또 사과한 김 대법원장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끝낸 직후 이번에는 김 대법원장이 전국 법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전날의 반성과 각오를 반복하는 내용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던 법관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수치심에 무너지지 말고 우리의 양심을 동력으로 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오랜 기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소중한 법원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여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메일은 ‘사법부 적폐청산 선언’으로 읽힌다는 게 상당수 법관의 말이다. ‘오랜 기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이라는 말 자체가 ‘적폐’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대법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임 대법원장이 직접 나와 반박했는데도 관련 의혹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제한 채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라며 “이건 정치인의 수사(修辭)지 법관의 수사는 아니다”고 우려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는 “김 대법원장이 적폐청산을 통해 사법부를 자기 사람들로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는 이전에도 종종 들었지만 이렇게 보니 실감이 난다”고 했다.
의정부지법 배석·단독판사 30여 명은 이날 두 시간가량 비공개회의를 열고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양승태 “재판 거래는 상상 불가”
이날 오후 2시13분 양 전 대법원장이 경기 성남시 시흥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재판독립을 금과옥조로 삼아 법관으로 45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재판에 관여하고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흥정거리가 아니며 거래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며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재판에 성향을 나타낸 당해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인 ‘현안 관련 말씀자료’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만나면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덕담하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의미에서 말씀자료가 나오는 거고 이래저래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전 검토 여부를 두고도 “신년 하례식에 갈 때도 그런 것(말씀자료)을 다 준다”며 “한번씩 보고 버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봐야 할 문제”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반박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일부 대법관이 모욕을 느끼고 양 전 대법원장이 침묵하는 데 상당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기정사실화하듯 나서버리니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판거래’ 또 사과한 김 대법원장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끝낸 직후 이번에는 김 대법원장이 전국 법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전날의 반성과 각오를 반복하는 내용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사찰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던 법관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수치심에 무너지지 말고 우리의 양심을 동력으로 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오랜 기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소중한 법원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여정”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메일은 ‘사법부 적폐청산 선언’으로 읽힌다는 게 상당수 법관의 말이다. ‘오랜 기간 굳어진 잘못된 관행’이라는 말 자체가 ‘적폐’를 의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대법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임 대법원장이 직접 나와 반박했는데도 관련 의혹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전제한 채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라며 “이건 정치인의 수사(修辭)지 법관의 수사는 아니다”고 우려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는 “김 대법원장이 적폐청산을 통해 사법부를 자기 사람들로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는 이전에도 종종 들었지만 이렇게 보니 실감이 난다”고 했다.
의정부지법 배석·단독판사 30여 명은 이날 두 시간가량 비공개회의를 열고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