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려 하위 10% 外 다 소득 늘었으니…" '긍정 효과 90%'라는 靑의 아전인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유지하겠다며 제시한 근거들이 논란을 낳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통계청이 발표하는 국가 공식 통계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긍정적 효과 90%의 근거 통계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공개 통계 자료”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통계청의 올 1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더 깊이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내용”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거듭 근거 제시를 요구하자 “긍정적 효과 90%라는 것은 소득 하위 10%를 제외하고는 모두 근로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라고 근거 논리를 간단히 설명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1분기 가계소득 통계에 있는 1~10분위 근로소득을 보면 1분위(소득 하위 10%) 외에 4분위(소득 하위 30~40%) 소득도 2.3% 줄었다. 더구나 나머지 분위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을 모두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단정짓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명목소득(물가 상승분 반영)은 평균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소득 상위계층까지 최저임금 효과로 묶는 것은 억지라는 해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일 밝힌 대로 소득 2~10분위의 근로소득이 늘었다는 것은 분위별 평균소득이 증가했다는 의미인데, 마치 모든 2~10분위 근로자의 임금이 오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통계 전문가는 “소득이 오른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 평균소득이 늘었다는 것이지 모든 근로자 소득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패싱’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 옹호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기로 함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폈던 김 부총리 입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한 해명이다.

김 대변인은 “경제를 이끄는 컨트롤타워가 누구냐고 할 때 우리 정부가 왜 기재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앉혔겠느냐”며 “경제 전반의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줘 경제부총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라도 김 부총리가 컨트롤타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문 대통령이 바로 옆자리에 앉은 김 부총리를 상당히 치켜세워줬다”며 “(대통령이) ‘우리 부총리’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말했다. 회의 중간 문 대통령과 김 부총리가 귓속말로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 보였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그럼에도 패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특히 정부 부처 내에서 그런 관측이 많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어쨌든 최저임금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선 (김 부총리가) 더 이상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성과가 쉽게 나오기 어려운 혁신성장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따로 언급하며 혁신성장에 분발해달라고 한 만큼 김 부총리가 이번 지방선거 이후 개각 대상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부처 관계자는 “혁신성장 전략을 아예 수정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며 “김 부총리가 일단 눈에 보일 만한 성과를 내야 패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