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동맹과 적(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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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전략을 가다듬는 데 큰 도움을 준 책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라고 한다. 그가 꼽은 열 권의 애독서 목록 가운데 상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이라는 철저한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 노선을 택하는 데 《군주론》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우리의 이익이 손해를 보는 것 같으면 동맹을 파기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동맹국의 적국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동맹국이 우리의 뜻에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군주가 할 일”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 외교 노선 선택에 일조(一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국제외교의 전설’로 통하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통 우방국이라도 과감하게 내치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3년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남베트남 공산화를 막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기본 철학은 키신저 모델에 가깝다”며 “그것은 철저한 현실주의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미국 전통 외교 스타일에서 벗어나 전통적 동맹, 우방국가에도 압박과 회유를 넘나드는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양대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철강(25%), 알루미늄(10%)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관련국들은 보복을 밝혔다. 중국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자국산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통보 받자 EU와 아시아 국가들과 대미(對美)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각국과 공조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해나가겠다”고 했다.
미국이 전통 우방국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받겠다”고 했다. “오는 12일 김정은과 회담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리틀 로켓맨’이라며 원색적인 공방을 주고받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불가측성이 높은 미·북 관계가 언제 또 틀어질지 모르지만, 외교에선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격언을 새삼 느끼게 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우리의 이익이 손해를 보는 것 같으면 동맹을 파기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동맹국의 적국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동맹국이 우리의 뜻에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군주가 할 일”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 외교 노선 선택에 일조(一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국제외교의 전설’로 통하지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통 우방국이라도 과감하게 내치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73년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남베트남 공산화를 막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부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기본 철학은 키신저 모델에 가깝다”며 “그것은 철저한 현실주의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기존의 미국 전통 외교 스타일에서 벗어나 전통적 동맹, 우방국가에도 압박과 회유를 넘나드는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양대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철강(25%), 알루미늄(10%)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관련국들은 보복을 밝혔다. 중국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500억달러 규모의 자국산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통보 받자 EU와 아시아 국가들과 대미(對美)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각국과 공조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해나가겠다”고 했다.
미국이 전통 우방국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받겠다”고 했다. “오는 12일 김정은과 회담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리틀 로켓맨’이라며 원색적인 공방을 주고받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불가측성이 높은 미·북 관계가 언제 또 틀어질지 모르지만, 외교에선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격언을 새삼 느끼게 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