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행장 구속 가능성에 은행권 바짝 긴장

올해 초 은행권을 흔들었던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 판사는 1일 오후 2시 함 행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함 행장은 2013년 충청사업본부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하나은행 공채 지원자를 추천한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지원자는 합격 기준에 미달하였음에도 임원 면접에 올라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하나은행 본점 충청도 정책지원부를 압수수색해 함 행장을 정조준했으며 이달 말 소환조사까지 마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시중 은행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올해 초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이 재직 중에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 됐지만, 검찰의 수사를 받을 때는 현직에서 물러났다.

마찬가지로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사임 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은행권은 올해 초 뜨거운 감자였던 채용비리 의혹이 어떤 파문을 가져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현재 채용비리 의혹에 줄줄이 걸려있기 때문에 함 행장의 구속수사가 마냥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선례를 들어 불구속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 전 우리은행장도) 비슷한 사안이었는데 구속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불구속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법당국의 수사가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법원은 (함 행장에 대해) 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며 "아울러 검찰의 수사가 여기서 일단락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검찰은 즉각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구속 수사하라"며 "추가로 의혹이 제기된 신한은행에 대한 수사 또한 철저히 진행해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노조도 별도 논평을 통해 함 행장과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함 행장 탄원서 작성지시를 놓고도 노사 간 공방이 벌어졌다.

하나은행은 탄원서 작성요령 양식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함 행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쓸 것을 요구했다.

작성요령에는 함 행장의 별명은 물론 문단별 세세한 예시가 들어 있어 직원들이 무언의 압박을 느꼈고 노조 차원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에 하나은행은 노조 등 반대 의견을 고려해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