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곤돌라 타고 '물의 도시' 속으로… 가슴 뛰는 나를 느끼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추천하는 여행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면축제·비엔날레·재즈 페스티벌·영화제… 1년 내내 '살아있는 도시'
1720년 문 연 '카페 플로리안'
괴테·바그너 등 단골손님
죄수였던 호색한 카사노바
'탄식의 다리' 건너 감옥 탈출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면축제·비엔날레·재즈 페스티벌·영화제… 1년 내내 '살아있는 도시'
1720년 문 연 '카페 플로리안'
괴테·바그너 등 단골손님
죄수였던 호색한 카사노바
'탄식의 다리' 건너 감옥 탈출
신규 취항지로 향하는 비행은 우리 승무원 역시 여행객 못지않게 들뜨게 마련이다. 내 스케줄 표에 찍혀있던 낯선 공항 코드 VCE.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을 뜻하는 세 글자를 보자마자, 눈부신 태양 아래 뱃사공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면을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곤돌라에 몸을 실은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랑의 계절 5월, 아름다운 사람들과 떠나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의 여정을 소개한다.
베네치아=글·사진 김소운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swkim75e@flyasiana.com 다양한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의 보물창고
118개의 섬이 400여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고, 150개의 운하가 있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은 바로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이다. 인천에서 출발해 11시간30여 분을 날아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에 내려, 공항으로부터 약 10㎞ 떨어져 있는 본 섬으로 이동하면 우리가 익히 아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만날 수 있다. 베네치아(베니스)는 이탈리아의 베네토 북부지방에 있는 도시로, ‘베네치아’ 하면 누군가는 가면축제가 한창인 카니발을, 또 누군가는 베니스 비엔날레나 베니스 영화제를 떠올린다. 이곳은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에 지어진 베네치안호텔의 모티브가 된 아름다운 운하로 이뤄진 물의 도시이기도 하고 모네, 니체, 비발디, 괴테 등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고 사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역으로 부강했던 해상공화국이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의 무대로 등장했고, 건축학도들에게는 르네상스, 비잔틴, 고딕 양식 등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가득한 보물 창고와도 같은 도시다. 고층빌딩이나 획일화된 건물들을 찾아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은 마치 수채화와도 같아서, 동화 속 한 페이지처럼 느껴진다. 바다 위에 언제, 어째서, 어떻게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의 도시가 생겨났을까. 로마제국 말기 훈족의 침입을 받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피난민들은 살던 곳에서 내몰려 더는 도망갈 곳이 없어졌고, 난민들은 갈 곳 없는 땅끝 늪지, 모르비안(Morbian) 석호 위에 정착하기로 한다. 갯벌과 바다 위에 단단한 백향목 기둥을 빼곡히 세운 뒤 자갈과 흙을 덮어 섬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섬을 수백 개의 다리로 이어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형태의 도시를 완성했다. 지금은 낭만적인 관광지로 부각되는 베네치아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생존을 위해 지형을 극복하고 치열하게 건설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본섬에 진입하자 머릿속에 그려 왔던 베네치아의 풍경이 하나둘 나타난다. 오래된 건물이 간직한 빛바랜 색채, 물비늘이 잔잔하게 물결치는 수로를 유유히 지나는 곤돌라, 창밖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빨래들과 세월을 머금어 반질반질해진 돌바닥을 마주한다. 상상만 했던 베네치아의 신비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찰나, 바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설렘’을 최대치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리알토 다리에서 보는 아름다운 야경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다. 과거 배를 타고 운하를 건너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 만들어졌는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월의 흔적을 기품 있게 간직하고 있다. 아치 모양의 대리석 다리는 주변 건축물, 찰랑거리는 물 위를 오가는 배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리알토 다리 주변으로는 상점가와 카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있어 항상 인파로 가득하다. 또한 야경이 아름다운 장소로 유명한지라, 해가 지고 창가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이 낭만적인 다리 위에 다시금 사람들이 모여든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위로 배가 지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리알토 다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산 마르코 광장’과 ‘산 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응접실”이라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은 축제나 기념일에 각종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길이 175m, 폭 80m의 ‘ㄷ’ 모양 대리석 건물로 둘러싸인 거대한 광장은 365일 내내 관광객과 비둘기로 북적거리는 장소다. 광장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산마르코 대성당인데, 대표적인 비잔틴 건축양식으로 9세기에 축조돼 베니스의 수호성인인 마르코의 유골을 모신 성당이다. 두칼레 궁전과 연결돼 있으며, 벽면이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 ‘황금의 교회’라고도 불린다. 황금과 청동 등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자이크 벽화는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동로마와 고딕 양식이 반영돼 미술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96m 높이의 종루에 오르면 베네치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8유로의 엘리베이터 이용료가 아깝지 않다.
카사노바와 관련 있는 탄식의 다리
광장 한쪽 1층에 있는 1720년에 문을 열었다는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은 3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카페다. 예전에는 귀족이나 돈 많은 예술가와 같은 부자가 아니고서는 드나들기 어려웠던 곳이 바로 카페였는데, 당대 활동하던 예술가며 지식인들이 이곳을 사교장으로 이용하며 토론을 나누고 영감을 얻었던 장소였기에 ‘근대 지성의 성지’로 불린다. 지금도 다소 비싼 커피 값, 자릿세와 같은 상술에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바그너, 바이런, 괴테, 헤밍웨이, 카사노바 등의 단골 카페 커피 맛이 과연 어떨까 궁금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광장에서 도보 2분 거리, 바로 코앞에 ‘두칼레 궁전’과 ‘탄식의 다리’가 있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은 베네치아공화국 총독의 관저로, 베네치아공화국의 국가 권력이 집중돼 있던 곳이기도 하다. 813년에 처음 세워져 재건과 확장을 반복해 14~15세기에 이르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1923년부터는 박물관으로 지정돼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 궁전은 여러 건축양식이 혼재돼 있어 고딕, 비잔틴, 르네상스 건축 양식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두칼레 궁전과 감옥이 있는 건물 사이 소운하 위로 다리가 하나 있는데, 두 건물을 연결하는 이 작은 다리가 바로 ‘탄식의 다리’다. 죄수들이 감옥으로 옮겨지면서 다리에 나 있는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며 다시는 베네치아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탄식을 내뱉었다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탄식의 다리를 건너 수감됐던 궁전 감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사람이 바로 베네치아의 유명한 호색한이었던 카사노바다. 1756년 독방에 갇혔던 카사노바는 그를 사랑했던 여인의 도움으로 이곳을 탈출했다고 한다. 역사 속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베네치아의 건축물이며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것 또한 이 도시가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1년 내내 계속되는 다양한 축제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또 다른 수식어 중 하나는 바로 ‘축제의 도시’다. 1월 말에서 2월 사이에 열려 사순절 이전에 끝나는 베네치아 가면축제가 대표적이지만, 5월의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7월의 재즈 페스티벌, 9월의 베니스 영화제가 연이어 개최되기에 축제는 1년 내내 계속되는 느낌이다.
국제 현대미술전시회인 ‘베네치아 비엔날레(베니스 비엔날레)’ 역시 베네치아에서 2년 주기로 열리는 축제다. 제16회 ‘국제건축전’은 5월26일부터 11월25일까지 다양한 분야의 행사와 함께 6개월간 이어진다. 그리고 매년 8월 말~9월 초 베네치아의 근교 리도섬에서 열리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는 올해로 71회를 맞이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축제다.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가을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계절이 됐다. 그렇게 가을을 지나, 다가올 2019년에 열리는 가면축제는 2월16일(토)~3월5일(화)로 예정돼 있다. 늘 그래왔듯이 가장행렬, 가면·의상 경연대회, 각종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산 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다.
언제 만들어졌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낡은 건물과 삐걱거리는 나무다리 사이를 스르르 곤돌라를 타고 지난다. 섬과 섬을 잇는 크고 작은 다리, 미로와도 같은 골목골목, 좁다란 수로를 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신비한 도시를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수면과 맞닿은 건물벽에 낀 푸르스름한 이끼, 아드리아해의 태양과 짠 내 머금은 이곳의 공기를 직접 와서 느껴보니 머릿속에 그려왔던 베네치아라는 그림이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다. 승무원으로서 해외를 넘나들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자로서의 나’를 다시금 발견하게 한 베네치아. 햇살 좋은 5월에 만난 눈부신 이곳은, 나에게도 역시나 반짝이는 보석 같은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베네치아=글·사진 김소운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swkim75e@flyasiana.com
▶여행메모
아시아나항공은 5월1일부터 화·수·금-주 3회(직항) 인천~베네치아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에서 다른 국내 도시(밀라노 피렌체 등)는 물론 발칸반도로도 이동이 편리하다.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만한 근교 여행지로 ‘무라노 섬, 부라노 섬, 비첸차, 파도바, 베로나’ 등을 추천한다.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에서 베네치아 본섬으로 가려면 버스로 이동해 수상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동선은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로마광장으로 가면 된다. 약 30분 걸리며 편도 8유로, 왕복 15유로다. 산타루치아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베네치아로 가는 선착장에 닿는다. 베네치아 본섬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이용한다.
이때 공항에서 베네치아의 교통권인 롤링베니스(Rolling Venice)를 구입하면 버스와 수상버스 이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롤링베니스 가격은 6유로, 구입처는 공항 및 수상버스 터미널. 만 6세에서 29세 여행자들만 사용할 수 있기에 구입할 때 여권이 필요하다. 수상버스 티켓을 구입할 때와 지정 박물관, 공연, 레스토랑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포레토(Vaporetto)는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수상버스. 자동차가 없는 베네치아의 유일한 대중교통으로 대운하는 물론 주변 섬까지 노선이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
베네치아=글·사진 김소운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swkim75e@flyasiana.com 다양한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의 보물창고
118개의 섬이 400여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고, 150개의 운하가 있다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은 바로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이다. 인천에서 출발해 11시간30여 분을 날아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에 내려, 공항으로부터 약 10㎞ 떨어져 있는 본 섬으로 이동하면 우리가 익히 아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만날 수 있다. 베네치아(베니스)는 이탈리아의 베네토 북부지방에 있는 도시로, ‘베네치아’ 하면 누군가는 가면축제가 한창인 카니발을, 또 누군가는 베니스 비엔날레나 베니스 영화제를 떠올린다. 이곳은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에 지어진 베네치안호텔의 모티브가 된 아름다운 운하로 이뤄진 물의 도시이기도 하고 모네, 니체, 비발디, 괴테 등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고 사랑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역으로 부강했던 해상공화국이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의 무대로 등장했고, 건축학도들에게는 르네상스, 비잔틴, 고딕 양식 등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가득한 보물 창고와도 같은 도시다. 고층빌딩이나 획일화된 건물들을 찾아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풍경은 마치 수채화와도 같아서, 동화 속 한 페이지처럼 느껴진다. 바다 위에 언제, 어째서, 어떻게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의 도시가 생겨났을까. 로마제국 말기 훈족의 침입을 받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피난민들은 살던 곳에서 내몰려 더는 도망갈 곳이 없어졌고, 난민들은 갈 곳 없는 땅끝 늪지, 모르비안(Morbian) 석호 위에 정착하기로 한다. 갯벌과 바다 위에 단단한 백향목 기둥을 빼곡히 세운 뒤 자갈과 흙을 덮어 섬을 만들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섬을 수백 개의 다리로 이어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형태의 도시를 완성했다. 지금은 낭만적인 관광지로 부각되는 베네치아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생존을 위해 지형을 극복하고 치열하게 건설된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본섬에 진입하자 머릿속에 그려 왔던 베네치아의 풍경이 하나둘 나타난다. 오래된 건물이 간직한 빛바랜 색채, 물비늘이 잔잔하게 물결치는 수로를 유유히 지나는 곤돌라, 창밖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빨래들과 세월을 머금어 반질반질해진 돌바닥을 마주한다. 상상만 했던 베네치아의 신비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찰나, 바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설렘’을 최대치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리알토 다리에서 보는 아름다운 야경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곳이다. 과거 배를 타고 운하를 건너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 만들어졌는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월의 흔적을 기품 있게 간직하고 있다. 아치 모양의 대리석 다리는 주변 건축물, 찰랑거리는 물 위를 오가는 배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리알토 다리 주변으로는 상점가와 카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있어 항상 인파로 가득하다. 또한 야경이 아름다운 장소로 유명한지라, 해가 지고 창가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이 낭만적인 다리 위에 다시금 사람들이 모여든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위로 배가 지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리알토 다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산 마르코 광장’과 ‘산 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응접실”이라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은 축제나 기념일에 각종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길이 175m, 폭 80m의 ‘ㄷ’ 모양 대리석 건물로 둘러싸인 거대한 광장은 365일 내내 관광객과 비둘기로 북적거리는 장소다. 광장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산마르코 대성당인데, 대표적인 비잔틴 건축양식으로 9세기에 축조돼 베니스의 수호성인인 마르코의 유골을 모신 성당이다. 두칼레 궁전과 연결돼 있으며, 벽면이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 ‘황금의 교회’라고도 불린다. 황금과 청동 등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자이크 벽화는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동로마와 고딕 양식이 반영돼 미술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96m 높이의 종루에 오르면 베네치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8유로의 엘리베이터 이용료가 아깝지 않다.
카사노바와 관련 있는 탄식의 다리
광장 한쪽 1층에 있는 1720년에 문을 열었다는 ‘카페 플로리안(Caffe Florian)’은 3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카페다. 예전에는 귀족이나 돈 많은 예술가와 같은 부자가 아니고서는 드나들기 어려웠던 곳이 바로 카페였는데, 당대 활동하던 예술가며 지식인들이 이곳을 사교장으로 이용하며 토론을 나누고 영감을 얻었던 장소였기에 ‘근대 지성의 성지’로 불린다. 지금도 다소 비싼 커피 값, 자릿세와 같은 상술에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바그너, 바이런, 괴테, 헤밍웨이, 카사노바 등의 단골 카페 커피 맛이 과연 어떨까 궁금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광장에서 도보 2분 거리, 바로 코앞에 ‘두칼레 궁전’과 ‘탄식의 다리’가 있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은 베네치아공화국 총독의 관저로, 베네치아공화국의 국가 권력이 집중돼 있던 곳이기도 하다. 813년에 처음 세워져 재건과 확장을 반복해 14~15세기에 이르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1923년부터는 박물관으로 지정돼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 궁전은 여러 건축양식이 혼재돼 있어 고딕, 비잔틴, 르네상스 건축 양식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두칼레 궁전과 감옥이 있는 건물 사이 소운하 위로 다리가 하나 있는데, 두 건물을 연결하는 이 작은 다리가 바로 ‘탄식의 다리’다. 죄수들이 감옥으로 옮겨지면서 다리에 나 있는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며 다시는 베네치아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탄식을 내뱉었다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탄식의 다리를 건너 수감됐던 궁전 감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사람이 바로 베네치아의 유명한 호색한이었던 카사노바다. 1756년 독방에 갇혔던 카사노바는 그를 사랑했던 여인의 도움으로 이곳을 탈출했다고 한다. 역사 속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베네치아의 건축물이며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것 또한 이 도시가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1년 내내 계속되는 다양한 축제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또 다른 수식어 중 하나는 바로 ‘축제의 도시’다. 1월 말에서 2월 사이에 열려 사순절 이전에 끝나는 베네치아 가면축제가 대표적이지만, 5월의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7월의 재즈 페스티벌, 9월의 베니스 영화제가 연이어 개최되기에 축제는 1년 내내 계속되는 느낌이다.
국제 현대미술전시회인 ‘베네치아 비엔날레(베니스 비엔날레)’ 역시 베네치아에서 2년 주기로 열리는 축제다. 제16회 ‘국제건축전’은 5월26일부터 11월25일까지 다양한 분야의 행사와 함께 6개월간 이어진다. 그리고 매년 8월 말~9월 초 베네치아의 근교 리도섬에서 열리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는 올해로 71회를 맞이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축제다.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가을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계절이 됐다. 그렇게 가을을 지나, 다가올 2019년에 열리는 가면축제는 2월16일(토)~3월5일(화)로 예정돼 있다. 늘 그래왔듯이 가장행렬, 가면·의상 경연대회, 각종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산 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다.
언제 만들어졌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 낡은 건물과 삐걱거리는 나무다리 사이를 스르르 곤돌라를 타고 지난다. 섬과 섬을 잇는 크고 작은 다리, 미로와도 같은 골목골목, 좁다란 수로를 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신비한 도시를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수면과 맞닿은 건물벽에 낀 푸르스름한 이끼, 아드리아해의 태양과 짠 내 머금은 이곳의 공기를 직접 와서 느껴보니 머릿속에 그려왔던 베네치아라는 그림이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다. 승무원으로서 해외를 넘나들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행자로서의 나’를 다시금 발견하게 한 베네치아. 햇살 좋은 5월에 만난 눈부신 이곳은, 나에게도 역시나 반짝이는 보석 같은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베네치아=글·사진 김소운 아시아나항공 부사무장 swkim75e@flyasiana.com
▶여행메모
아시아나항공은 5월1일부터 화·수·금-주 3회(직항) 인천~베네치아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에서 다른 국내 도시(밀라노 피렌체 등)는 물론 발칸반도로도 이동이 편리하다.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만한 근교 여행지로 ‘무라노 섬, 부라노 섬, 비첸차, 파도바, 베로나’ 등을 추천한다.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에서 베네치아 본섬으로 가려면 버스로 이동해 수상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동선은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로마광장으로 가면 된다. 약 30분 걸리며 편도 8유로, 왕복 15유로다. 산타루치아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베네치아로 가는 선착장에 닿는다. 베네치아 본섬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이용한다.
이때 공항에서 베네치아의 교통권인 롤링베니스(Rolling Venice)를 구입하면 버스와 수상버스 이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롤링베니스 가격은 6유로, 구입처는 공항 및 수상버스 터미널. 만 6세에서 29세 여행자들만 사용할 수 있기에 구입할 때 여권이 필요하다. 수상버스 티켓을 구입할 때와 지정 박물관, 공연, 레스토랑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포레토(Vaporetto)는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수상버스. 자동차가 없는 베네치아의 유일한 대중교통으로 대운하는 물론 주변 섬까지 노선이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