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지주회사 (주)효성 아래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를 두는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 당시 효성T&C,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등 주력 4개사를 합병한 이후 20년 만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주)효성을 비롯한 4개 회사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 11명, 사외이사 20명의 이사진을 선임했다. 이후 조현준 효성 회장과 각 회사 이사회 의장이 참여한 5개사 통합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체제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효성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브랜드 가치 제고 등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섬유사업과 무역사업이 합쳐진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32%를 차지하고 있는 스판덱스를 기반으로 섬유소재 사업의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브라질 스판덱스 법인장을 거쳐 스판덱스 퍼포먼스유닛(PU)장을 지낸 김용섭 전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효성첨단소재는 세계 시장 1위인 타이어코드를 비롯한 타이어보강재, 안전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 자동차 소재에서의 전문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타이어코드 기술력 향상의 일등공신이던 황정모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전력기기와 산업기계설비 분야에서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은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의 영업·생산을 총괄한 문섭철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효성화학은 화학부문 전문 경영인인 박준형 사장이 반도체용 특수가스인 삼불화질소(NF3),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편광판 보호 필름 등의 신성장동력 육성에 나선다.

업계에선 효성의 지주사 전환으로 개별 사업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한편 조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과 동생 조현상 효성 사장, 아버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효성 지분은 모두 37.81%다. 자사주를 합치면 40%를 넘는다. 조 회장은 통합 이사회에서 “지주회사와 신설된 사업회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