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PEF "금리인상기엔 투자보다 회수"… 몸값 1兆 넘는 기업만 10곳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 매물 큰장
올 사모펀드發 기업 매물 20兆 사상 최대
펀드수익률 극대화 '적기'
10여년 저금리시대 끝나
한앤컴퍼니·IMM PE 등
신규 펀드 조성 앞두고
투자 성적표 높이기 총력
다양해진 투자 회수 경로
ING생명 IPO 성공하자
두산공작기계 등 6곳
기업공개 속속 노크
세컨더리 PEF시장도 커져
올 사모펀드發 기업 매물 20兆 사상 최대
펀드수익률 극대화 '적기'
10여년 저금리시대 끝나
한앤컴퍼니·IMM PE 등
신규 펀드 조성 앞두고
투자 성적표 높이기 총력
다양해진 투자 회수 경로
ING생명 IPO 성공하자
두산공작기계 등 6곳
기업공개 속속 노크
세컨더리 PEF시장도 커져
▶마켓인사이트 6월3일 오후 3시35분
사모펀드(PEF)들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에 나선 배경에는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거시경제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저금리로 높아진 보유기업 몸값이 하락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 펀드 조성에 나선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은 기존 펀드 내부수익률(IRR)을 높이기 위해 보유 기업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공개(IPO), 세컨더리 PEF 등 투자회수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회수 폭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몸값 올랐을 때 팔자”
PEF가 투자한 기업들은 보통 금리가 낮을 때 몸값이 올라간다. 인수후보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빌려 기업 매수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기관투자가들이 인수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몰리면서 PEF업계에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가 쌓이는 점도 저금리 환경에서 매물 몸값이 올라간 이유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사모펀드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의 상각전 영입이익(EBITDA) 대비 총기업가치(EV) 배수(멀티플)는 평균 11.2배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긴축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처럼 높은 기업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은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금을 회수하면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할 때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의 존 코너톤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인캐피털은 지난 3년간 120억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이 30억달러 미만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판박이가 된 투자-회수 사이클
보통 3~5년인 PEF의 ‘투자-회수 사이클’ 중 국내 PEF들이 올해 회수 단계에 진입한 것도 매물을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으로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때는 2004년. 투자자 모집 등 준비기간을 거쳐 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PEF를 설립한 시기는 2006~2008년이었다. 이때 설립한 PEF의 ‘투자→회수 주기(5년)’가 곧 국내 PEF산업의 사이클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한 PEF 대표는 “여러 운용사가 마라톤 출발처럼 동시에 PEF를 시작하다 보니 투자 사이클도 비슷해져 올해 투자 회수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M&A시장에 매물이 한꺼번에 몰리면 거래 주도권을 구매자가 쥐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 형성돼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PEF들의 투자금 회수 사이클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앤컴퍼니, IMM PE, VIG파트너스, 베어링PEA 등 대형 운용사들이 잇따라 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투자 회수가 더욱 활발해졌다. 기존 펀드의 투자 회수 실적을 투자자에게 보여주고 펀드 IRR을 높여야 새 펀드 조성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베어링PEA는 시장 예상보다 빨리 현대시멘트를 매각했고, 한앤컴퍼니는 H라인해운(상장)을, IMM PE는 태림포장(매각)을, VIG파트너스는 바디프랜드(상장)를 시장에 내놨다.
IPO 통한 투자 회수도 활발
MBK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가 지난해 5월과 6월 각각 ING생명과 삼양옵틱스를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며 IPO를 새로운 투자 회수 경로로 만든 것도 막힌 혈로를 뚫었다는 평가다. 이전에는 사모펀드가 국내에서 IPO를 통해 투자 회수에 성공한 사례가 전무했다.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PEF들이 과감하게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상장을 통한 투자 회수를 추진하는 기업은 6곳으로 투자 회수에 나선 기업 23곳 가운데 25% 이상을 차지한다. 두산공작기계(MBK)와 H라인해운(한앤컴퍼니) KCTF(KKR) 바디프랜드(VIG) 등은 기업가치가 1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장 후보들이다.
MBK파트너스는 투자기업의 부동산 자산(리츠)과 운영회사(영업권)를 분리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전략을 시도하며 또 다른 자본재조정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40곳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투자 때 빌린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다른 PEF가 매물로 내놓는 자산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도 커지면서 매각·IPO와 함께 새로운 투자 회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유창재 기자 hugh@hankyung.com
사모펀드(PEF)들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에 나선 배경에는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거시경제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이어진 저금리로 높아진 보유기업 몸값이 하락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 펀드 조성에 나선 한앤컴퍼니,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은 기존 펀드 내부수익률(IRR)을 높이기 위해 보유 기업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공개(IPO), 세컨더리 PEF 등 투자회수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회수 폭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몸값 올랐을 때 팔자”
PEF가 투자한 기업들은 보통 금리가 낮을 때 몸값이 올라간다. 인수후보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빌려 기업 매수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기관투자가들이 인수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몰리면서 PEF업계에 ‘드라이파우더(미집행 약정액)’가 쌓이는 점도 저금리 환경에서 매물 몸값이 올라간 이유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사모펀드 리포트 2018’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의 상각전 영입이익(EBITDA) 대비 총기업가치(EV) 배수(멀티플)는 평균 11.2배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긴축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처럼 높은 기업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금은 새로운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금을 회수하면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할 때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의 존 코너톤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인캐피털은 지난 3년간 120억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이 30억달러 미만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판박이가 된 투자-회수 사이클
보통 3~5년인 PEF의 ‘투자-회수 사이클’ 중 국내 PEF들이 올해 회수 단계에 진입한 것도 매물을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으로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때는 2004년. 투자자 모집 등 준비기간을 거쳐 운용사들이 본격적으로 PEF를 설립한 시기는 2006~2008년이었다. 이때 설립한 PEF의 ‘투자→회수 주기(5년)’가 곧 국내 PEF산업의 사이클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한 PEF 대표는 “여러 운용사가 마라톤 출발처럼 동시에 PEF를 시작하다 보니 투자 사이클도 비슷해져 올해 투자 회수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M&A시장에 매물이 한꺼번에 몰리면 거래 주도권을 구매자가 쥐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 형성돼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PEF들의 투자금 회수 사이클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앤컴퍼니, IMM PE, VIG파트너스, 베어링PEA 등 대형 운용사들이 잇따라 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투자 회수가 더욱 활발해졌다. 기존 펀드의 투자 회수 실적을 투자자에게 보여주고 펀드 IRR을 높여야 새 펀드 조성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베어링PEA는 시장 예상보다 빨리 현대시멘트를 매각했고, 한앤컴퍼니는 H라인해운(상장)을, IMM PE는 태림포장(매각)을, VIG파트너스는 바디프랜드(상장)를 시장에 내놨다.
IPO 통한 투자 회수도 활발
MBK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가 지난해 5월과 6월 각각 ING생명과 삼양옵틱스를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며 IPO를 새로운 투자 회수 경로로 만든 것도 막힌 혈로를 뚫었다는 평가다. 이전에는 사모펀드가 국내에서 IPO를 통해 투자 회수에 성공한 사례가 전무했다.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PEF들이 과감하게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상장을 통한 투자 회수를 추진하는 기업은 6곳으로 투자 회수에 나선 기업 23곳 가운데 25% 이상을 차지한다. 두산공작기계(MBK)와 H라인해운(한앤컴퍼니) KCTF(KKR) 바디프랜드(VIG) 등은 기업가치가 1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장 후보들이다.
MBK파트너스는 투자기업의 부동산 자산(리츠)과 운영회사(영업권)를 분리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전략을 시도하며 또 다른 자본재조정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40곳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투자 때 빌린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다른 PEF가 매물로 내놓는 자산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도 커지면서 매각·IPO와 함께 새로운 투자 회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효/유창재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