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원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카운슬러(지방의원)의 얼굴을 주민들이 모를 수 없죠. 중앙당이 후보를 찍어누르는 한국과는 딴판입니다.”

중앙당 '찍어누르기式 공천' 불가능한 영국
지난달 3일 영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 참여한 동포 김모씨(자영업)는 영국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영국에서 치러지는 모든 선거의 중심에는 의회민주주의의 탄생지답게 정당이 자리잡고 있다. 보수당, 노동당, 자유민주당 등 주요 정당이 선거를 이끌고 그 중심에 당원이 있다.

영국 하원의원은 자신이 속한 당내에서 자기 지역구의 카운슬러에 대한 공천권이 없다. 한국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기초자치단체장(구청장·시장·군수)과 광역(시·도)의회, 기초(구·시·군)의회 의원 후보자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지방의원 공천 과정은 모든 정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의 최하위 조직인 지구당에서 당원들이 투표로 선출하거나 직접 공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당내에 출마 희망자가 없을 때만 중앙당이 개입해 평소 ‘훈련’을 받고 있던 예비 정치인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도 당원들의 투표 과정은 필수적이다.

하원의원은 지방의회에도 개입할 수 없다. 오히려 하원의원이 차기 총선에 재선 도전을 하려면 카운슬러들의 힘이 절대적이다. 그들이 집마다 다니며 수집한 선거정보를 활용해야 함은 물론 지역구 당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수렴해야 해서다. 하원의원이 낸 의정활동 보고서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도, 이를 유권자에게 배포하는 역할도 당원들이 한다. 하원의원이 지역구 당원들을 모두 기억하는 카운슬러들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운슬러의 직업도 식당 사장, 목수, 배관공, 사무직 노동자, 학생 등으로 다양하다. 평소에는 본업에 종사하다가 오후 7시가 넘어 지방의회(카운슬 미팅)를 열고 의결사항을 논의한다.

영국 보수당 관계자는 “영국의 지방의원은 연 1만파운드(약 1450만원)를 세비로 받기 때문에 대부분 생업과 겸직한다”며 “한창 직장에서 일할 나이인 20대, 30대도 과감하게 정치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