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신흥국 가상화폐發 '화폐개혁 논쟁'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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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됐다. 때맞춰 일부 신흥국과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금융위기 재연 조짐이 뚜렷하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이달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확실시됨에 따라 ‘6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신흥국도 한 번에 두 단계 이상 올리는 ‘빅 스텝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금융위기 조짐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 수단이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2013년 1차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2015년 2차 테이퍼 탠트럼을 거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가 가장 적절한 대책으로 평가돼왔다.
눈에 띄는 현상은 위기 타개책으로 신흥국이 자국의 공식 화폐인 법화(法貨·legal tender)를 버리고 가상화폐를 선호하고 있는 점이다. 베네수엘라는 경제파탄 타개책으로 첫 공식 가상화페인 ‘페트로(petro)’를 발행했다. 3차 테이퍼 탠트럼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터키 국민은 가상화폐를 사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신흥국 국민은 두 가지 이유로 가상화폐를 외면해왔다. 하나는 공식화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국민(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비탄력적이어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급등(sky rocketing)하고, 반대의 경우 순간 폭락(flash crash)해 ‘투자’보다 ‘투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신흥국 정부와 국민의 선호로 ‘가상화폐가 법화가 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가상화폐가 달러보다 낫다”고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가상화폐에 가치가 있다는 것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말과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상화폐 상징인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다.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개발한 나카모도 사카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과 같은 기존의 법화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개발했다.
가상화폐가 법화가 되기 위해서는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 단위와 같은 3대 화폐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종전의 법화를 가상화폐로 대체하는 화폐개혁도 필요하다. 이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국민의 보편적인 화폐로 정착되기에는 상당기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유로화의 경우 2년을 뒀다.
각국 국민의 화폐생활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현금 없는 사회가 닥치고 있는 점이다. 오히려 국가의 공식 화폐인 법화(특히 고액권)를 보유하고 있으면 부패와 탈세 등의 혐의로 의심받는, 즉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현금의 저주(curse of cash)’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통화정책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가상화폐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위기 타개책으로 신흥국이 가상화폐를 채택하고 선호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작년 6월 이더리움 가격과 같은 해 9월 영국의 비트코인 펀드가 폭락하면서 각각 ‘마진 콜(margin call: 증거금 부족)’과 ‘드로다운 로스(drawdown loss: 대손실)’가 잇달아 발생했다. 마진 콜에 응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 기존 자산회수)’ 과정에서 다른 자산시장으로 전염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가상화폐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를 누가 발행하느냐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 △가변성이 더 높아질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 △잘 작동되지 않을 통화정책의 전달경로(통화공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물가 조절)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어느 국가보다 우리도 가상화폐 투기가 심하다. 한때는 세계 비트코인 거래액의 21%를 차지했다. 투기 광풍 뒤에 거품이 터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부패도 심하다. 화폐개혁을 추진하는 것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것은 없다. 이 때문에 경제가 안정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어떤 형태든 화폐개혁의 추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신흥국도 한 번에 두 단계 이상 올리는 ‘빅 스텝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금융위기 조짐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 수단이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2013년 1차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2015년 2차 테이퍼 탠트럼을 거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가 가장 적절한 대책으로 평가돼왔다.
눈에 띄는 현상은 위기 타개책으로 신흥국이 자국의 공식 화폐인 법화(法貨·legal tender)를 버리고 가상화폐를 선호하고 있는 점이다. 베네수엘라는 경제파탄 타개책으로 첫 공식 가상화페인 ‘페트로(petro)’를 발행했다. 3차 테이퍼 탠트럼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터키 국민은 가상화폐를 사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신흥국 국민은 두 가지 이유로 가상화폐를 외면해왔다. 하나는 공식화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국민(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비탄력적이어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급등(sky rocketing)하고, 반대의 경우 순간 폭락(flash crash)해 ‘투자’보다 ‘투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신흥국 정부와 국민의 선호로 ‘가상화폐가 법화가 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가상화폐가 달러보다 낫다”고 긍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가상화폐에 가치가 있다는 것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말과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상화폐 상징인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다.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개발한 나카모도 사카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과 같은 기존의 법화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개발했다.
가상화폐가 법화가 되기 위해서는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 단위와 같은 3대 화폐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종전의 법화를 가상화폐로 대체하는 화폐개혁도 필요하다. 이 요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국민의 보편적인 화폐로 정착되기에는 상당기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유로화의 경우 2년을 뒀다.
각국 국민의 화폐생활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현금 없는 사회가 닥치고 있는 점이다. 오히려 국가의 공식 화폐인 법화(특히 고액권)를 보유하고 있으면 부패와 탈세 등의 혐의로 의심받는, 즉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현금의 저주(curse of cash)’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통화정책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가상화폐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위기 타개책으로 신흥국이 가상화폐를 채택하고 선호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작년 6월 이더리움 가격과 같은 해 9월 영국의 비트코인 펀드가 폭락하면서 각각 ‘마진 콜(margin call: 증거금 부족)’과 ‘드로다운 로스(drawdown loss: 대손실)’가 잇달아 발생했다. 마진 콜에 응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 기존 자산회수)’ 과정에서 다른 자산시장으로 전염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가상화폐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를 누가 발행하느냐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 △가변성이 더 높아질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 △잘 작동되지 않을 통화정책의 전달경로(통화공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물가 조절)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어느 국가보다 우리도 가상화폐 투기가 심하다. 한때는 세계 비트코인 거래액의 21%를 차지했다. 투기 광풍 뒤에 거품이 터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부패도 심하다. 화폐개혁을 추진하는 것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것은 없다. 이 때문에 경제가 안정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어떤 형태든 화폐개혁의 추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