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보수 독점 깨겠다" vs "文정부 독주 저지"… 뜨거운 강남 3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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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 강남·서초·송파구청장
23년 만에 접전 벌이는 강남·서초
젊은층 "한국당 뽑고싶지 않아"
중장년층 "경제 망친 정부 심판"
'힘 있는 후보' 앞세우는 민주
남북 관계 변화 등 훈풍 기대
"시장·구청장 원팀으로 시너지"
"강남은 지켜달라"는 한국당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위헌"
부동산 정책 비판하며 지지 호소
23년 만에 접전 벌이는 강남·서초
젊은층 "한국당 뽑고싶지 않아"
중장년층 "경제 망친 정부 심판"
'힘 있는 후보' 앞세우는 민주
남북 관계 변화 등 훈풍 기대
"시장·구청장 원팀으로 시너지"
"강남은 지켜달라"는 한국당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위헌"
부동산 정책 비판하며 지지 호소
“지방선거 본선이 이렇게 힘든 경우는 처음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위례동 선거유세 현장에서 만난 박춘희 자유한국당 송파구청장 후보에게선 위기감이 느껴졌다. 두 차례 송파구청장 선거에서 낙승한 재선 출신이지만 이번 선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3대째 송파에 살고 있는 최모씨(63)는 “당만 보고 찍다 이번에 처음으로 후보 공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며 달라진 민심을 전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깨지지 않은 ‘보수 불패’ 신화가 이번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말 동안 둘러본 강남3구 구청장 후보들의 유세 현장은 전국 어느 곳보다 뜨거웠다. ‘23년 보수 독주’를 깨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독주’를 강남3구에서 저지해야 한다는 한국당이 맞붙은 최전선이었다.
강남3구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옅은 송파도 지난 16년간 한국당의 독무대였다. 기초단체장 직선제가 처음 시작된 1995년, 민주당 소속 김성순 전 구청장(민선 1~2기)이 유일하게 민주당 간판으로 구청장에 오른 뒤 3기부터 6기까지 보수당 차지였다. 강남·서초는 한국당이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서울시 25개 구(區) 가운데 20개를 휩쓸 때도 강남3구의 벽을 허물진 못했다.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유일하게 강남3구에서 박원순 시장을 표대결에서 앞섰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용산구를 제외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서울시 평균 득표율(42.34%)을 밑돈 지역은 강남3구뿐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 민심’은 여전히 보수성향이 짙었다. 교직 생활을 마치고 서초구에 20년째 거주 중인 이모씨(74)는 “문재인 독주를 막기 위해 아무리 그래도 한국당을 뽑아야 한다”며 “경제를 다 망친 이번 정부를 강남에서라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와 ‘경제’를 앞세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23년 동안 한 번도 민주당이 넘보지 못했던 강남·서초도 ‘대통령 지지율’과 남북한 해빙 모드에 힘입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원촌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현 구청장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뽑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0~40대 젊은 층은 서초구 유권자의 35~40%를 차지하고 있다.
조은희 한국당 서초구청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20~40대층은 명함을 건네도 아예 받지 않는다”며 “당보다는 후보 중심 선거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장 출신인 조 후보도 “특별한 전략 대신 남은 기간 한 명이라도 직접 더 만나겠다”며 신발끈을 조였다.
유앤미리서치가 지난달 27일 서초구 거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3.5%) 결과 조 후보와 이정근 민주당 서초구청장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8.2%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37.7%)이 한국당(32.4%)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근 후보는 “자체 여론조사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공행진 중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큰 버팀목이다. 이 후보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보수 진영 강남·서초구청장 사이가 좋지 않아 구민들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문재인-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원 팀’을 강조했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현역 구청장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박성수 민주당 송파구청장 후보 역시 주말 유세 내내 ‘힘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그는 “박 시장과 호흡을 맞춰 송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있는 여당 구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한국당은 주말 내내 ‘북한’과 ‘부동산’을 강조하며 중장년층을 공략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강남·서초구청장 후보 유세 현장을 찾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위헌이고,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번 선거가 끝나면 보유세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신중론’을 주장하며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생각은 안 하고 북한 경제를 살린다고 난리”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위례동 선거유세 현장에서 만난 박춘희 자유한국당 송파구청장 후보에게선 위기감이 느껴졌다. 두 차례 송파구청장 선거에서 낙승한 재선 출신이지만 이번 선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3대째 송파에 살고 있는 최모씨(63)는 “당만 보고 찍다 이번에 처음으로 후보 공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며 달라진 민심을 전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1995년 지방선거 도입 이후 단 한 차례도 깨지지 않은 ‘보수 불패’ 신화가 이번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말 동안 둘러본 강남3구 구청장 후보들의 유세 현장은 전국 어느 곳보다 뜨거웠다. ‘23년 보수 독주’를 깨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독주’를 강남3구에서 저지해야 한다는 한국당이 맞붙은 최전선이었다.
강남3구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옅은 송파도 지난 16년간 한국당의 독무대였다. 기초단체장 직선제가 처음 시작된 1995년, 민주당 소속 김성순 전 구청장(민선 1~2기)이 유일하게 민주당 간판으로 구청장에 오른 뒤 3기부터 6기까지 보수당 차지였다. 강남·서초는 한국당이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서울시 25개 구(區) 가운데 20개를 휩쓸 때도 강남3구의 벽을 허물진 못했다.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유일하게 강남3구에서 박원순 시장을 표대결에서 앞섰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용산구를 제외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서울시 평균 득표율(42.34%)을 밑돈 지역은 강남3구뿐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 민심’은 여전히 보수성향이 짙었다. 교직 생활을 마치고 서초구에 20년째 거주 중인 이모씨(74)는 “문재인 독주를 막기 위해 아무리 그래도 한국당을 뽑아야 한다”며 “경제를 다 망친 이번 정부를 강남에서라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와 ‘경제’를 앞세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23년 동안 한 번도 민주당이 넘보지 못했던 강남·서초도 ‘대통령 지지율’과 남북한 해빙 모드에 힘입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원촌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현 구청장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뽑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0~40대 젊은 층은 서초구 유권자의 35~40%를 차지하고 있다.
조은희 한국당 서초구청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20~40대층은 명함을 건네도 아예 받지 않는다”며 “당보다는 후보 중심 선거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장 출신인 조 후보도 “특별한 전략 대신 남은 기간 한 명이라도 직접 더 만나겠다”며 신발끈을 조였다.
유앤미리서치가 지난달 27일 서초구 거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3.5%) 결과 조 후보와 이정근 민주당 서초구청장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8.2%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37.7%)이 한국당(32.4%)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근 후보는 “자체 여론조사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공행진 중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큰 버팀목이다. 이 후보 측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보수 진영 강남·서초구청장 사이가 좋지 않아 구민들이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문재인-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원 팀’을 강조했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현역 구청장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박성수 민주당 송파구청장 후보 역시 주말 유세 내내 ‘힘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그는 “박 시장과 호흡을 맞춰 송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있는 여당 구청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한국당은 주말 내내 ‘북한’과 ‘부동산’을 강조하며 중장년층을 공략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강남·서초구청장 후보 유세 현장을 찾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위헌이고,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번 선거가 끝나면 보유세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신중론’을 주장하며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생각은 안 하고 북한 경제를 살린다고 난리”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