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월드컵과 관련된 마케팅을 공식으로 진행한 금융사는 NH농협카드 뿐이다.
NH농협카드는 지난 4월 해외 카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월드컵 기간 러시아 여행 2인 패키지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농협카드는 피파(FIFA)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와 손을 잡고 공식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인 KEB하나은행은 국가대표팀을 이용한 간접 홍보에 나섰다. 지난달 러시아 왕복 항공권과 국가대표팀 경기 입장권, 경비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고 하나은행의 모바일 앱을 이용해 외화 환전을 하면 최대 70%의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오!필승코리아' 환전 이벤트도 진행했다.
또한 대표팀의 러시아 출국 전 열린 온두라스·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도 후원했다.
다만 월드컵 후원사가 아닌 만큼 월드컵과 관계된 용어는 사용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앰부시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로고나 대회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개별 선수를 후원하거나 특정 종목·문구를 활용해 홍보 효과를 얻는 마케팅 기법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만 해도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예·적금을 출시하거나 순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일부 은행은 직원들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업무를 보는 등 월드컵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앰부시 마케팅 논란이 발목을 잡으면서,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월드컵 열기에 편승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2월 열린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공식 스폰서였던 비자카드와 제휴를 맺은 롯데카드 외에는 올림픽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다.
일부 금융사들은 홍보를 위해 '세계적인 축구대회 기념 이벤트' 등으로 우회 전략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시성이 떨어지고 검색률도 낮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가 지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유다.
상대적으로 약체 조에 배정됐다고 평가됐던 브라질 월드컵이나 16강 진출에 성공한 남아공 월드컵에 비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기대감이 낮다는 것. 실제 주요 스포츠 전문지들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4개팀 중 가장 낮게 보고 있다.
즉,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월드컵 마케팅에 위험부담을 안고 나서지는 않겠다는 계산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은 국내에서 열린다는 장점이라도 있어 마케팅에 나섰지만 이번 월드컵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데다 관심도도 예전같지 않아 마케팅 필요성이 낮은 편"이라며 "경기가 열리는 날 응원전 등 작은 이벤트는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