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제협력 기대를 모두 반영해도 현대로템 주가의 최상단은 4만원대 초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종가가 4만550원으로 상단에 근접한 만큼 큰 폭의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로템은 300원(0.75%) 오른 4만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만에서 9098억원 규모 전동차 520량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에 장 초반 13.2% 급등했으나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분석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외국인이 155억원, 기관이 1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현대로템 목표주가를 2만4000원에서 4만원으로 올렸다. 지난달 2일 1만9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올린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 증권사 황어연 연구원은 “국토연구원이 선정한 29개 북한 핵심 철도노선 사업(23조원)과 북한 지하철 현대화 사업(9조원)을 모두 합하면 32조원 규모”라며 “이를 모두 현대로템이 수주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목표주가가 4만원”이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남북 경협 사업을 제외했을 때 현대로템의 적정 주가는 2만1045원이지만, 수주 가능한 북한 사업을 모두 반영하면 4만3917원까지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대다수 증권사는 여전히 2만원대 초반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일 목표주가를 2만4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올렸지만 투자의견은 ‘보유(hold)’로 낮췄다. 한 애널리스트는 “남북 경협이 순조롭게 진전되더라도 계획이 구체화되고 철도차량 발주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2016년 수주한 필리핀 마닐라 MRT7 전동차 및 시스템 사업(5314억원)과 호주 시드니 2층 전동차 사업(8894억원)도 본격적인 매출 인식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업체로 중국중처(中國中車)와 국내 다원시스가 있어 북한 철도사업을 독점 수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4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46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돼 올해 영업이익은 970억원을 예상한다”며 “다만 지금 주가는 향후 1~2년 내 실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