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폰, 선택지 확대에서 차기폰 지원 의미로
V35S로 고객 니즈 파악…V40에 영향줄 듯
V35 씽큐는 LG전자가 지난해 9월 출시한 ‘V30’를 업그레이드한 파생폰이다. 파생 모델은 기존 제품의 플랫폼을 유지해 연구개발(R&D)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만큼 출시에 따른 부담도 적다. 적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인 LG전자로선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V35 씽큐 출시를 둔 LG전자의 공식 입장은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G7 씽큐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V35 씽큐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다. 전통적으로 G시리즈는 LCD를, V시리즈는 OLED를 적용하고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V35 씽큐에는 이런 표면적 효과보다 더 큰 역할이 숨어있다. 고객 선택지를 넓힌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LG 파생폰은 최근 자사 전략 제품의 키잡이로 변모중이다. 파생폰이 차기 전략 스마트폰을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사업 적자 누적을 타개하기 위해 파생 라인업을 늘렸다. 부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효율성도 높였다. 지난해 6월 'LG G6'의 파생 제품인 ‘G6플러스’와 ‘G6 32GB’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6의 파생 제품들은 G6와 사양은 동일하다. 하지만 G6플러스와 G6 32GB는 기존 G6의 내장메모리 용량(64GB)보다 각각 2배, 절반의 용량을 갖추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까진 파생폰 본연의 역할이다.
V35 씽큐의 출시 효과는 3월 출시한 'V30S 씽큐'에서 찾을 수 있다. LG전자는 V30S 씽큐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명분을 세웠다. 그러나 V30S 씽큐는 철저히 전작과 후속작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V30과 G7씽큐를 위한 반쪽짜리 신제품이었던 것이다.
실제 LG전자는 V30S에 새로 도입된 AI 기능을 V30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를 지원했다. 플랫폼이 같은데다 핵심 기능도 쓸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굳이 V30S를 살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V30S는 V30보다 가격도 10만원 정도 더 비쌌다. LG전자가 V30S 씽큐 판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V30S 씽큐 출시일에 매장에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점, 체험단을 대폭 줄이는 등 소극적 마케팅으로 일관한 점 등도 이를 뒷받침한다.
V30S 씽큐는 G7 씽큐의 예고편 역할도 했다. V30S 씽큐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공개됐다. LG전자는 지난 MWC 2016과 2017에 G5와 G6를 각각 공개했다. 원래대로라면 G7을 공개할 차례였지만 V30S 씽큐를 선보인 것. 이는 G7 뒤에 붙은 '씽큐' 브랜드를 더 익숙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신제품 없이 세계 최대 모바일 축제에 참석할 뻔 했던 LG전자는 V30S 씽큐를 통해 '공감형 AI'를 탑재한 씽큐라는 LG 스마트폰의 새 DNA를 알릴 수 있었다.
LG전자가 V30S 씽큐의 가격, 기능 등에 대한 시장 반응을 분석한 후 G7 씽큐에 A·B·C·D(오디오·배터리·카메라·디스플레이)를 내세운 기본기 강화 전략을 완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G7 씽큐는 V30S 씽큐에 적용한 음성 AI와 카메라 편의성을 높인 비전 AI 등 ‘공감형 AI’를 한층 더 진화시켰고 가격도 낮췄다.
V35 씽큐도 V30S 씽큐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V35 씽큐를 통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V40 씽큐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V35 씽큐가 LG 스마트폰 매출의 절반이 넘는 북미 시장에서 먼저 출시한다는 점도 파생폰 효과를 더 기대케한다. 사실, V35 씽큐는 안 팔려도 부담이 크지 않다. 파생폰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스마트폰 사업 방침을 밝히며 "기존 스마트폰 제품을 최대한 오래 끌고 가겠다"고 했다. "끌고 가겠다"란 말이 "활용하겠다"란 말로 좀 더 또렷하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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