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돌파의 힘… 1억 건 쌓인 번역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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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50% 급성장하는 번역 스타트업 - 플리토
세계 337만명이 번역에 참여해
'컴퓨터보다 자연스럽다' 입소문
앱 이용자 90% 이상이 외국인
'AI번역 경쟁' MS·텐센트 등에
언어데이터 판매 해마다 늘어
번역가 중개·자체 AI 번역기 등
수익모델 다각화 모색 나서
세계 337만명이 번역에 참여해
'컴퓨터보다 자연스럽다' 입소문
앱 이용자 90% 이상이 외국인
'AI번역 경쟁' MS·텐센트 등에
언어데이터 판매 해마다 늘어
번역가 중개·자체 AI 번역기 등
수익모델 다각화 모색 나서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바이두, 삼성전자, NTT도코모, 에어비앤비, 네이버, 카카오…. 쟁쟁한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 50여 곳에 ‘문장(文章)’을 팔아 돈을 버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2012년 창업한 번역 전문업체 플리토다.
한동안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이 회사를 성장가도에 올린 건 ‘데이터의 힘’이다. 플리토는 5년 넘게 번역사업 한우물을 파면서 1억1000만 건의 번역문을 축적했다. 인공지능(AI) 번역에 뛰어든 IT업체들은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쓸 대량의 언어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플리토로 몰리는 것이다.
2년 전 14억원에 그쳤던 플리토 매출은 지난해 21억원, 올해는 1분기에만 40억원을 기록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지금 추세라면 올해 100억원 매출에 첫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차에 혹독한 ‘데스밸리’
플리토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지성 번역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누군가 번역이 필요한 문장을 올리면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이 해결해주고 포인트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엉성한 번역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업무나 여행 중 유용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누렸다. 플리토 앱은 지금까지 173개국에서 850만 명이 내려받았다. 23개 언어를 지원하며, 이용자의 90%가 외국인이다.
나름 ‘글로벌 앱’으로 성장했지만 문제는 수익이었다. 포인트 판매만으론 큰돈을 벌 수 없었다. 창업 3년차인 2014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스타트업에 찾아오는 자금난)’에 빠져들었다. 이 대표는 “회사 전망을 어둡게 본 직원들이 하나둘씩 퇴사하고, 투자자도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며 “경영서적을 치우고 성경과 불경을 읽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AI 번역기를 개발하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언어데이터 판매를 제안해왔다. 이 대표는 “너무 힘들던 때여서 일단 2000만원만 받고 첫 거래를 텄다”고 말했다.
AI 번역시대 ‘수혜주’로
때마침 이듬해부터 IT업계의 ‘언어데이터 확보전’이 불붙었다. ETRI에 납품한 이력을 보고 기업들이 먼저 연락해오기 시작했다. 구글과 네이버가 AI 번역을 출시한 2016년부턴 매일같이 구매 문의가 들어왔다.
플리토의 언어데이터 판매량은 2015년 210만 건, 2016년 476만 건, 지난해 686만 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목표는 3000만 건으로 잡았다. 이 대표는 “전문 번역업체들도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판매는 불가능하다”며 “저작권 문제 없이 거래 가능한 곳은 국내외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플리토는 번역자(337만 명)에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있고, 약관을 통해 저작권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플리토가 공급하는 데이터는 원문과 번역문을 한 쌍으로 묶은 코퍼스(corpus·말뭉치)다. 예컨대 ‘난 널 사랑해’와 ‘I love you’가 하나의 말뭉치를 이룬다. 가격은 개당 100~1000원 선에서 책정된다. 법률, 의료, 재무 등 전문 분야와 관련됐거나 번역가 검수를 수차례 거친 문장일수록 비싸진다.
언어데이터를 구입한 기업의 90%는 계속 재구매하고 있다. 보통 한 번에 수십만 건 단위로 사간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자동 번역하는 기능이 각광받으면서 ‘사진 속 문장’을 추출해 번역한 자료도 높은 값에 팔린다.
“기술로 번역시장 제패하겠다”
언어데이터 판매는 전체 매출의 70~80%를 떠받치는 ‘효자사업’이 됐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데이터 판매가 향후 2~3년은 잘나가겠지만 영원할 순 없다”며 “언어와 관련해 탄탄한 역량을 갖추고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6년에는 번역 수수료를 크게 낮춘 전문번역가 중개사업을 시작해 매출 비중이 20% 선으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자체 구축한 AI 번역기도 선보였다. 직원의 절반을 엔지니어로 뽑아 문장 주제 분류, 번역 정확도 측정 등 자동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스타트업 관련 기사는 ‘엣지’를 참조하세요 news.hankyung.com/edge
한동안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이 회사를 성장가도에 올린 건 ‘데이터의 힘’이다. 플리토는 5년 넘게 번역사업 한우물을 파면서 1억1000만 건의 번역문을 축적했다. 인공지능(AI) 번역에 뛰어든 IT업체들은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쓸 대량의 언어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플리토로 몰리는 것이다.
2년 전 14억원에 그쳤던 플리토 매출은 지난해 21억원, 올해는 1분기에만 40억원을 기록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지금 추세라면 올해 100억원 매출에 첫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차에 혹독한 ‘데스밸리’
플리토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지성 번역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누군가 번역이 필요한 문장을 올리면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이 해결해주고 포인트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엉성한 번역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업무나 여행 중 유용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누렸다. 플리토 앱은 지금까지 173개국에서 850만 명이 내려받았다. 23개 언어를 지원하며, 이용자의 90%가 외국인이다.
나름 ‘글로벌 앱’으로 성장했지만 문제는 수익이었다. 포인트 판매만으론 큰돈을 벌 수 없었다. 창업 3년차인 2014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스타트업에 찾아오는 자금난)’에 빠져들었다. 이 대표는 “회사 전망을 어둡게 본 직원들이 하나둘씩 퇴사하고, 투자자도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며 “경영서적을 치우고 성경과 불경을 읽을 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AI 번역기를 개발하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언어데이터 판매를 제안해왔다. 이 대표는 “너무 힘들던 때여서 일단 2000만원만 받고 첫 거래를 텄다”고 말했다.
AI 번역시대 ‘수혜주’로
때마침 이듬해부터 IT업계의 ‘언어데이터 확보전’이 불붙었다. ETRI에 납품한 이력을 보고 기업들이 먼저 연락해오기 시작했다. 구글과 네이버가 AI 번역을 출시한 2016년부턴 매일같이 구매 문의가 들어왔다.
플리토의 언어데이터 판매량은 2015년 210만 건, 2016년 476만 건, 지난해 686만 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목표는 3000만 건으로 잡았다. 이 대표는 “전문 번역업체들도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판매는 불가능하다”며 “저작권 문제 없이 거래 가능한 곳은 국내외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플리토는 번역자(337만 명)에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있고, 약관을 통해 저작권을 미리 확보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플리토가 공급하는 데이터는 원문과 번역문을 한 쌍으로 묶은 코퍼스(corpus·말뭉치)다. 예컨대 ‘난 널 사랑해’와 ‘I love you’가 하나의 말뭉치를 이룬다. 가격은 개당 100~1000원 선에서 책정된다. 법률, 의료, 재무 등 전문 분야와 관련됐거나 번역가 검수를 수차례 거친 문장일수록 비싸진다.
언어데이터를 구입한 기업의 90%는 계속 재구매하고 있다. 보통 한 번에 수십만 건 단위로 사간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자동 번역하는 기능이 각광받으면서 ‘사진 속 문장’을 추출해 번역한 자료도 높은 값에 팔린다.
“기술로 번역시장 제패하겠다”
언어데이터 판매는 전체 매출의 70~80%를 떠받치는 ‘효자사업’이 됐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데이터 판매가 향후 2~3년은 잘나가겠지만 영원할 순 없다”며 “언어와 관련해 탄탄한 역량을 갖추고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6년에는 번역 수수료를 크게 낮춘 전문번역가 중개사업을 시작해 매출 비중이 20% 선으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자체 구축한 AI 번역기도 선보였다. 직원의 절반을 엔지니어로 뽑아 문장 주제 분류, 번역 정확도 측정 등 자동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스타트업 관련 기사는 ‘엣지’를 참조하세요 news.hankyung.com/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