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국장의 반박
수십년전 외국자료 근거해
"고용 급감" 추정은 무리
한국과 최저임금 비슷한
영국 고용탄력성은 제로
최경수, 조목조목 재반박
'고용탄력성 제로'를 쓰면
부작용 안나와 연구 하나마나
헝가리 연구만 인용했다?
우리와 상황 비슷하기 때문
◆“부정확, 편의적 분석 아니다”
최 부장은 지난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을 위해 내년과 후년에도 최저임금을 15%씩 올리면 2019년에 9만6000개, 2020년엔 14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국책연구기관의 첫 보고서여서 이목이 집중됐다.
연구 결과를 두고 소득주도 성장을 지지하는 측에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이 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분석”이라며 “고용탄력성이 국가마다 특징이 다른데 미국과 헝가리 사례를 가져다가 짐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석보다는 용기가 더 돋보인다”고 비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 국장은 2000년부터 ILO에서 일하며 ‘임금주도성장’을 주창해왔고, 현 정부에서 이를 국내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변형했다.
이 국장의 비판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만난 최 부장은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보고서를 낸 후 다짜고짜 전화해 ‘청와대에서 질타성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고 모욕적으로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최 부장은 연구 목적과 방법에 대한 비판에 하나하나 재반박했다. 우선 이 국장이 “(KDI가 활용한) 미국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0.015·최저임금 10% 인상 때 고용 0.15% 감소)는 옛날 것이고, 그 이후 추정치는 제로(0)에 가깝다”고 한 것에 대해 최 부장은 “마이너스 값이 더 큰 최근 연구 결과도 있지만 형평을 위해 쓰지 않았다”며 “고용탄력성 제로(0)를 쓸 경우 계산을 하나마나 최저임금 부작용 효과가 전혀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이 국장이 “헝가리 연구가 KDI 보고서의 유일한 실증적 증거”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헝가리처럼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나라가 최근 없다”고 반박했다. 헝가리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최저임금을 60% 인상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린 데 이어 내년과 후년에도 15%씩 인상하려는 한국과 가장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급격히 최저임금 올린 데 없어”
“한국과 최저임금 상대 수준이 비슷한 영국의 고용탄력성은 제로인데 이를 쓰지 않았다”는 이 국장의 비판에 최 부장은 “영국이 한국처럼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렸냐”고 반문했다. 영국의 임금중간값에 대한 최저임금의 비율은 2000년 41%에서 2016년 49%로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이 비율이 29%에서 50%로 급상승했다.
이 국장이 “한국의 고용탄력성도 제로에 가깝다”고 한 데 대해 최 부장은 “과거엔 매년 15% 이상씩 3년간 최저임금을 올린 적이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국이 이례적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려는 데 따른 부작용을 연구한 결과인데 과거 기준으로 반박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미다.
최 부장은 이번 보고서가 청와대와 날을 세운 기획재정부와 사전 교감을 하고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DI 측은 “이번 보고서 발표 일정은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 전날인 30일에 이미 확정됐고 당시 최 부장은 해외출장 중이었다”고 밝혔다.
김일규/이태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