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르메니아, 필리핀 정부와 이달 중순 계약 체결식을 할 예정입니다. 중국 정부와는 운동 선수 육성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규제로 막힌 국내시장… 해외서 돌파구 찾았죠"
5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유전자검사(DTC) 서비스 전문업체 메디젠휴먼케어의 신동직 대표(51·사진)는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에서는 5대 암과 5대 중증질환 발병 위험도 검사를 할 예정”이라며 “오는 8월께 국공립병원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리핀에서는 5대 암 발병 위험도 검사의 시범사업과 마약 중독 위험도 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인간유전체연구소에서 2001년 박사후과정을 마친 뒤 가톨릭대 의대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을 거쳐 2012년 창업했다. 그는 “심혈관질환 연구를 위해 NIH에 갔는데 거기서 동료 연구원이 정신질환을 유전자로 연구하는 것을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거의 모든 질병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유전자 연구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중국 체육총국과 함께 국가대표 운동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운동선수의 유전자를 검사한 뒤 그 사람의 특성에 맞는 운동법을 컨설팅하는 방식이다.

민간 DTC 수출도 활발하다. 러시아, 필리핀, 중국, 대만,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해외에서 성과를 내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도 크다. 신 대표는 “해외 진출에 힘입어 올해 첫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DTC 규제 때문에 발목잡힌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0억원과 영업손실 11억원을 냈다. 올해 매출 목표는 80억원이다.

미국 등 해외에선 치매 유방암 등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콜레스테롤 혈당 등 12종만 허용돼 있다.

신 대표 사무실에는 그가 직접 ‘파부침주(破釜沈舟)’라고 쓴 붓글씨 액자가 걸려 있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는 결의를 다질 때 쓴다. 신 대표는 “수출이 안 되고 국내 매출도 미미했던 3년 전 회사 운영이 너무 어려워 다른 사업에 손대볼까 잠깐 고민한 적이 있다”며 “유전체분석 기반 헬스케어 사업으로 정면돌파하자고 결심한 뒤 쓴 글귀”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