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배당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월 경상수지는 17억7000만달러(약 1조894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3월 이후 7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36억7000만달러) 대비로는 절반 수준에 그쳤다. 흑자 규모는 2012년 4월(9000만달러) 후 가장 작았다.

상품수지는 103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지만 1년 전 같은 달(115억4000만달러 흑자)보다 규모가 축소됐다. 수출(515억1000만달러)이 7% 늘어났지만 수입(411억5000만달러)은 12.5%로 더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배당, 이자 등 투자소득을 가리키는 본원소득수지는 58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적자폭은 사상 최대였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가 역대 가장 큰 65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배당 지급도 사상 최대인 7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3~4월엔 배당 지급이 몰리는 계절적인 영향이 있는 데다 기업 수익성 개선과 외국인 주식 투자 확대 등으로 배당 지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마저… 흑자규모 6년 만에 최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년여 만에 최저로 급감하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74개월째 흑자 행진이긴 하지만 흑자 규모가 72개월 만에 가장 작아졌다는 점에서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대내외적으로 한국 경제의 견실함을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4월 경상수지 흑자는 17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2년 3월 이후 74개월 연속 흑자지만 흑자 규모는 2012년 4월(9000만달러) 후 7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계 교역 회복세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증가세(전년 대비 7.0%)를 나타냈지만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전년 대비 12.5%) 상품수지가 악화했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는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해외 소비 등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배당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도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65억1000만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배당지급액이 75억7000만달러로 역대 1위 규모였다. 통상 4월에는 12월 결산법인 중 배당을 하는 곳이 많아 배당 지급이 늘어나는데 올해는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외국인 주식 투자도 확대된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본원소득수지는 58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지난해 4월(-49억2000만달러)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서비스수지는 19억8000만달러 적자를 지속했지만 적자폭은 지난해 5월(-16억4000만달러) 후 11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해외여행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완화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덕분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