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애플이 이달 들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세계 기술주가 동반 상승하면서 관련 지수들이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4일, 5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유럽 기술주지수인 스톡스600테크놀로지지수는 5일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동안 조정받았던 한국의 ‘간판 기술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지난달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글로벌 기술주 동반 상승

5일 나스닥지수는 31.40포인트(0.41%) 상승한 7637.86으로 장을 마감해 전날에 이어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달 중순부터 7400대에서 횡보하던 나스닥지수가 이달 들어 ‘상승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나스닥지수 오름세엔 최근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5일 종가 193.31달러)를 경신하고 있는 애플의 기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한 611억달러(약 65조4381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1분기 주당순이익은 2.73달러(2923원)였다.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애플은 이달 들어 3.44% 올랐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3.39%)와 아마존(4.09%)도 뛰었다. 이들의 상승폭은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2.63%)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상승률(1.57%)을 웃돈다.

◆미국 밖으로 퍼지는 온기

미국 기술주의 훈풍은 유럽과 한국 등으로 확산됐다. 유럽 스톡스600테크놀로지지수는 5일 6.88포인트(1.45%) 상승한 482.46으로 마감해 200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기업 ASML은 이날 5.10유로(2.94%) 오른 178.30유로,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1.21유로(1.24%) 상승한 99.00유로로 장을 마쳤다. 두 종목은 각각 지난달 29일과 30일 저점을 찍고 반등해 이날까지 3.84%, 6.51%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독일 DAX지수는 0.59% 하락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00원(0.39%) 오른 5만1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25일 9만5200원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 8만9800원까지 내려갔던 SK하이닉스는 이날 9만1000원으로 마감해 9만원 선을 회복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1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1조3837억원·순매수 1위) 삼성전기(2439억원·2위) SK하이닉스(1834억원·3위) LG이노텍(1180억원·4위) 등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랠리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6월 들어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제프 킬버그 KKM파이낸셜 대표는 “최근 애플의 상승세에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괜찮다’는 투자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기술주가 상당 기간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요즘과 같은 금리인상기엔 채권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술주 등 성장주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다만 기술주 상승세가 본격적인 랠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는 신중한 의견이 많다.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상당수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술주들은 2월 초 글로벌 증시 조정 이후 페이스북의 이용자 개인정보 불법유출 파문,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자동차 시험 중단, 테슬라의 전기차 폭발사고 등 돌발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