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자료가 근거라고 밝혔지만 노동연구원이 보내온 단순 통계자료 중 소득분배 악화가 가장 덜한 수치만 발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이 개인별 근로소득과 가구별·연령별 근로소득 수십여 개의 통계자료를 제출했는데 청와대는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하는 데 가장 무난하다고 판단한 ‘백분위 개인별 임금 소득’ 정보만 인용한 것이다.

6일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노동연구원은 청와대 요청에 따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자료에 대해 임금 자료만 추가로 정리했다”며 “시간이 촉박해 분석 없이 통계 숫자만 보냈다”고 말했다.

이 파일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와 관련한 전문가 분석 등은 따로 적혀 있지 않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연령별 분석, 종사상 지위 변화 등을 담은 통계 자료만 포함돼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 자료를 최저임금 효과의 긍정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활용하자 노동연구원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연구원은 “일부러 특정 결과를 내기 위해 추출해 가공한 것이 아니다”며 “가구 단위로 임금을 보면 양극화가 벌어졌고 표본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함께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제출한 통계자료는 많았지만 대부분 소득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나왔고 ‘백분위 개인별 임금 소득’은 그나마 대부분 계층에서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이 자료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인데 엉뚱하게 노동연구원이 부실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오명을 받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자료에선 하위 20%(1분위) 소득이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감소하고 양극화 지수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청와대는 노동연구원 등에 통계청의 원자료를 추가 분석해달라고 의뢰했다. 이 자료를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효과는 90%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