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위(자산 기준)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각종 음해성 소문과 속칭 ‘찌라시(미확인 정보지)’가 나도는 등 ‘이전투구’식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매출 60조원의 국내 1위, 세계 5위 철강 회사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인물 대신 정·관계 인맥을 앞세운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경제계에 따르면 포스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은 이사회에 추천할 다섯 명 안팎의 회장 후보를 발굴하고 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광양제철소장 등을 지낸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64)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장인화 포스코 사장(63),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60),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59) 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에서 5년가량 일한 적이 있는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71)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달 중 회장 후보군이 확정되면 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다음달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

하지만 특정 인물을 두고 ‘청와대에서 점찍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세력이다’ ‘OB(퇴직자)들이 밀고 있다’는 설들이 흘러나오는 등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사내 불륜설을 제기하는 투서까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야당으로부터 ‘청와대가 지지하는 후보’로 지목됐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4일 “청와대가 전·현직 포스코 회장들을 모아 놓고 특정 인사가 회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고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김 전 사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초·중교 동창으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포스코는 개입설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박 사장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시절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일부 세력들로부터 “자원개발 사업 실패에 책임져야 한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권오준 현 회장이 몸담았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출신인 장 사장은 권 회장 측근 인사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네 명의 건설 근로자가 사망한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고의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은 포스코 창업자인 고(故) 박태준 전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