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5일 대전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참석해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5일 대전 중구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참석해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청년주택 등 3000가구 공급… 스타트업 2000개 육성 공약
"민주당 뽑았지만 변한 것 있나"… 유권자들 비판에 경계심도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의 선거 유세 콘셉트는 ‘겸손함’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등 경쟁자들을 ‘더블 스코어’로 압도하고 있지만 언제든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지역 후보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일도 거의 없다. 현충일인 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시민들을 만난 허 후보는 연신 ‘90도 인사’를 하며 막판까지 지지를 이어달라고 호소했다.

허 후보는 1호 공약으로 ‘2000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내걸고 있다. 2022년까지 국비와 시비 2100억원을 투입해 혁신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처럼 벤처에서 시작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 대전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허 후보의 포부다.

민주당 지지층인 20대와 30대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희망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허 후보는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해 인구 유출을 막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5일 대전 로데오타운 유세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허 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이선하 씨(26)는 “민주당이건 자유한국당이건 정당들이 약속하는 각종 정책엔 별 관심이 없다”며 “일자리 관련 공약을 보고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후보도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다. 그는 “전국적인 흐름으로 보면 민주당이 유리한 게 맞다”면서도 “그건 흐름일 뿐이고 선거에 임하는 사람은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후보의 주 지지층인 20대에 대해서도 “무조건 몰표는 없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허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5~6일 들어 대전의 바닥 민심에선 미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외식업을 운영한다는 우종혁 씨(62)는 “대전 사람들이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았지만 뭐 하나 발전되는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을 올려놔서 식당 종업원 하나 뽑기도 어렵다”며 “자영업자들이 다 죽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운송업에 종사하는 최모씨(66)도 “대전 인구가 전부 세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젊은 사람이 다 민주당을 뽑으면 (허 후보가) 되겠지만 그런다고 이런 현실이 달라지겠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해 허 후보는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며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3일 대전 신탄진시장에서 유세를 한 뒤 한 시민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가 지난 3일 대전 신탄진시장에서 유세를 한 뒤 한 시민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

허태정 '병역 회피' 의혹 제기 "배경 깔끔한 사람 뽑아달라"
시민들 "공약 별 차이없다"… 한국당에 대한 반감이 걸림돌


대전 계룡산국립공원 수통골 입구, 형형색색의 등산객 사이로 박성효 자유한국당 대전시장 후보가 바쁘게 움직였다. 6일 대전국립현충원 참배 이후 그는 곧바로 유권자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지율 열세 속에서도 ‘막판 역전’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다. 박 후보는 “(민주당 출신) 대전시장 뽑아놨더니 정치자금 문제로 재판받다가 관두지 않았느냐”며 “잡음 없이 시장, 국회의원 다 거친 대전 전문가를 밀어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인지도만큼은 경쟁자들을 앞선다고 자부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사무관 시절부터 대전시청에 근무했던 그는 서구청장, 경제국장, 정무부시장까지 대전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6년 제8대 대전시장에 선출돼 4년간 시정을 맡았다. 2012년엔 지역구 국회의원(대전 대덕구)에 당선됐다.

40~50대 대전 시민 중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흔치 않다. 서구 도마큰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이영숙 씨(60)는 “남편이 택시 운전을 하는데 기사들 회의 시간에까지 와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어려운 점을 해소해준 시장은 박성효가 유일했다”며 “대세가 여당이라지만 박 시장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쉽게 1번에 손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행정에 밝은 경력을 내세워 박 후보는 1호 공약으로 ‘도시철도 2호선 DTX(저심도 지하철) 즉시 착공’을 내세우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대전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최고 층수 규제 해소를 통해 ‘둔산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것도 비슷한 취지다. 유성 지역 유권자들을 겨냥해선 온천 테마파크 등을 조성해 활성화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최근엔 ‘도덕성’ 검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선거를 ‘됨됨이’ 선거로 규정하고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발가락을 고의로 절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거리에 걸린 현수막도 전부 ‘발가락 병역 의혹’으로 바꿨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시장직에서 중도 사임한 ‘권선택 학습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택시기사 신모씨(54)는 “어차피 1번이나 2번이나 정책 공약엔 차이가 없다”며 “기왕 뽑을 것이라면 배경이 깔끔한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20~30대 청년층의 한국당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은 박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20대로 보이는 젊은 등산객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유세 요원을 피해 스쳐 지나갔다. 유세 현장에서도 박 후보에게 환호하는 20~30대 청년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전 노은동 주민 권모씨(34)는 “사람이 누구든 한국당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젊은 층 사이에선 크다”고 말했다.

대전=배정철/황정환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