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근로시간 단축(주 최장 68시간→52시간)으로 올해 경영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주로 신규 채용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보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다음달부터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기업 11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곳(55.4%)이 영업이익 등 전반적인 경영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고 6일 발표했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 기업은 22곳(19.6%)에 그쳤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28곳(25.0%)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예상되는 애로사항(복수응답)을 묻는 말엔 ‘줄어든 임금에 대한 노조의 보전 요구’와 ‘생산성 향상 과정에서 노사 의견 충돌’이라는 응답이 35.7%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생산조절 능력 저하(29.5%) △종업원 추가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28.6%) △신제품 개발·연구개발 기능 저하(15.2%)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탓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둘러싼 노사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근로시간 단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58.9%에 달했다. ‘긍정적 영향’을 예상한 답변은 24.1%,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대답은 17.0%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주요 대응계획(복수응답)엔 ‘생산성 향상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이 74.1%로 가장 많았다. ‘직원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대답은 27.7%에 그쳤다. 일부 업무 외주화(12.5%)와 해외로 공장 이전 검토(1.8%)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신규 고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 기업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는 게 경제계의 설명이다.

주 52시간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제도 보완 방안(복수응답)을 묻는 말엔 57.1%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이라고 답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주 52시간제가 안착하려면 노사가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최장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선진국 수준(1년)으로 연장하는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