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경향의 ‘가늠자’로 불리는 6월 모의고사가 7일 시행됐다. 국어, 수학 영역은 전년도에 비해 대체로 쉬운 출제 경향을 보인 반면, 영어 영역은 전년보다 어려웠다는 평가다. 영어 영역에는 기존에 출제된 적 없는 신유형 문제도 등장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7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2054개 고등학교와 420개 학원에서 2019학년도 6월 모의평가를 동시에 실시했다. 모의평가에 지원한 수험생은 재학생 51만6411명, 졸업생 7만5963명 등 총 59만2374명이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재학생은 4497명이, 졸업생은 88명이 늘었다. 정답은 오는 19일 오후 5시에 발표된다. 채점결과는 수험생에게 28일 통보된다.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출제 경향 분석에 따르면 이번 6월 모의평가는 국어, 수학 영역은 지난해인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와 비교했을 때 대체적으로 쉬운 출제 경향을 보였다. 반면 영어 영역은 전년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국어영역,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 EBS 연계율 높은 편

1교시로 치러진 국어 영역은 비교적 쉬운 출제 경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모의고사보다 난도가 낮은 편”이라며 “9월 모의평가나 본수능에서는 이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018학년도에 국어영역 6월 모의평가보다 본수능이 비교적 쉽게 출제된 것과 반대 경향을 보일 거라는 예측이다.

전년도인 2018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난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는 게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의 설명이다. 이후 9월 모의평가에는 표준점수 최고점 134점, 1등급컷 93점, 만점자 비율이 0.3%로 6월보다는 쉽게 출제되었고, 본수능에서도 표준점수 최고점 134점, 1등급컷 94점, 만점자 비율 0.61%로 쉽게 출제됐다.

하지만 아직 9월 모의평가가 남아있는 만큼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9월 모의평가 난이도에 따라서 본수능 난이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6월 평가원 모의평가가 쉽게 출제된 것으로 결론 났다고 하더라도 이 수준으로 공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쉽게 출제된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도 까다로운 문항은 존재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독서문항 25번(배점 3점) 법률관련 자료 제시문 △문법 13번(배점 2점) 사이시옷 표기규정 문제 △과학기술지문으로 출제된 38번(배점 3점) 혈흔 발견 키트 문항 등이 수험생에게 다소 생소한 내용으로, 문제풀이가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측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6월 모의평가 국어영역의 EBS 연계율은 71.7%다. 다른 영역의 연계율이 모두 70%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계율이다. 종로하늘교육관계자는 “그동안 모의평가 출제 경향으로 볼 때 이번 6월 평가원 모의평가 국어영역은 EBS 연계율이 매우 높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수학 가형은 전년 수준, 수학 나형은 전년보다 쉽게 출제

2교시 수학영역은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과 문과 학생들이 대부분 치르는 ‘나’형으로 나눠 시행됐다.

수학 가형은 전년도 6월 모의평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이번 6월 모의평가 수학 ‘가’형은 전년도보다 쉽게 출제돼 지난해 본수능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며 “특히 고난이도 문제인 21번(미분, 4점) 29번(벡터, 4점) 30번(적분, 4점) 등이 전년 6월과 비교해 다소 쉽게 출제돼 최상위권에서도 다소 쉽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상위권의 체감 난이도는 다소 높아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이번 수학 ‘가’형 모의평가에는 계산이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며 “중상위권 수험생들은 문제가 다소 어렵거나 까다롭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6월 모의평가 수학 ‘가’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30번(적분, 4점)’ 문제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함수가 제시되지 않고 조건관계와 개념으로만 풀어야 하는 문제라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6월 시험 범위가 미적분에서 많이 출제돼 미적분을 잘하는 학생에게 유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수학 ‘나’형은 전년 6월 모의평가나 지난해 본수능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난도가 높아 ‘킬러문항’이라 불릴 법한 21, 29, 30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은 모두 평이하게 출제됐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킬러문항을 푸는 데 집중할 시간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킬러문항 중에는 30번이 미적분과 수열 복합 문제로, 수험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항이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9월 모의평가나 본수능 출제 경향도 예측했다. 수학 ‘가’형은 이번 모의평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나’형은 난도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가’형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킬러문항이 현재 수준보다는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어, 전년보다 어렵게 출제

3교시 영어 영역은 전년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문 길이가 길고 내용도 추상적이거나 생소했다”며 “또 보기가 까다로운 문제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전년 6월(1등급비율 8.1%)과 수능(1등급비율 10.0%)보다 어렵고, 전년 9월(1등급비율 5.4%)과 비슷한 난이도라는 평가다.

이번 모의평가 영어 영역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등장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29번 어휘 문제와 41~42번 복합 유형에서 신유형 문제가 출제됐다. 기존의 수능이나 모의고사에서 어휘 문제는 △밑줄 친 5개의 선택지에서 문맥상 부적절한 어휘의 쓰임을 고르는 유형 △네모 안에 제시된 세 쌍의 어휘 중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는 유형 등이 출제돼왔다. 반면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는 특정 단어가 문맥상 함축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새로운 유형이 출제됐다는 설명이다.

또 EBS 체감연계율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EBS에서 연계된 문제도 처음 접하는 지문처럼 느껴져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본수능에서도 ‘불영어’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이번 시험만으로 수능의 난이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 수능보다 난이도가 높은 이번 모의고사 수준으로 올해 수능이 출제될 수 있으므로 어려운 시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