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열공'했다는 비핵화 '카자흐 모델'…과거 국내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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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리비아식 모델, 이란식 모델 절충안
전세계의 이목이 싱가폴로 쏠리고 있다. 세기의 회담으로 기록된 북미정상회담이 어느덧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위터 정치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를 들어다놨다 하고 있어 일종의 '관심종자'로 폄하되곤 하지만 그 역시 자카흐스탄의 비핵화 모델을 '열공'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은 모은다.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 등 미국의 강경파들이 선호하던 '리비아 모델'이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용도폐기된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이 이번 북핵 협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카자흐스탄 모델이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으로 발의한 '넌-루가 법'을 가리킨다.
당시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소련의 붕괴로 어느 날 갑자기 자국 영토에 실전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었다.
'위협감축 협력프로그램'(CTR)으로 알려진 넌-루가 법은 소련 해체 후 이들 국가에 남아있던 핵무기와 화학무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4년 동안 총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마련해 해당 국가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보유한 수천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 처리했다. 옛 소련의 생화학 무기 제거 역시 넌-루가 법의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됐다.
이보다 앞서 국내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주현 전 카자흐스탄 대사는 과거 내일신문 칼럼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가 카자흐스탄의 모델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백 전 대사의 말에 따르면 1992년 신생 독립국이었던 카자흐스탄은 국제 사회에 핵무기를 완전하게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카자흐스탄의 내부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에서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핵 폐기를 추진하자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핵무장은 필수라는 반대론자들과 경제발전과 국가건설을 위해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협력이 필수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바로 자연보호와 후손들이었다. 소련은 카자흐스탄 북동부 세미팔라틴스크에서 지상과 지하 핵실험을 500여회나 실시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핵실험으로 인해 독일 영토보다 더 큰 지역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이렇듯 카자흐스탄 핵무기 포기는 남한과 북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백 전 대사는 전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위협임은 물론, 계속된 풍계리 핵실험은 이미 자연을 많이 훼손시켰다. 또한 인공지진의 가능성도 존재해 대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북한과 카자흐스탄은 자원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핵무기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함으로써 풍부한 에너지자원 개발을 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카자흐스탄은 1992년 독립 이후 지금까지 쉐브론, 엑슨모빌 등 메이저 에너지회사들과 협력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풍요로운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중앙아시아라는 지리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자신들의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면서 외자를 유치해 경제발전을 꾀하며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기착지로서 지정학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북한이 이번 북미정상회담 이후 카자흐스탄의 모델을 따른다면 남한은 지정학적인 '섬'에서 벗어나고 북한은 하나된 한반도로서 동아시아의 이른바 '긁지 않은 로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먼저 깨달아야 할 역사는 그들과 같은 노선을 걸었던 더 크고 강한 국가들마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경제 성장을 꾀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된다는 피해의식은 버리고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처럼 국가재건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결론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샅바싸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카자흐' 모델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 등 미국의 강경파들이 선호하던 '리비아 모델'이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용도폐기된 상황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이 이번 북핵 협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카자흐스탄 모델이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으로 발의한 '넌-루가 법'을 가리킨다.
당시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소련의 붕괴로 어느 날 갑자기 자국 영토에 실전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었다.
'위협감축 협력프로그램'(CTR)으로 알려진 넌-루가 법은 소련 해체 후 이들 국가에 남아있던 핵무기와 화학무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4년 동안 총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마련해 해당 국가들을 지원하고, 이들이 보유한 수천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 처리했다. 옛 소련의 생화학 무기 제거 역시 넌-루가 법의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됐다.
이보다 앞서 국내에서도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주현 전 카자흐스탄 대사는 과거 내일신문 칼럼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가 카자흐스탄의 모델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백 전 대사의 말에 따르면 1992년 신생 독립국이었던 카자흐스탄은 국제 사회에 핵무기를 완전하게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카자흐스탄의 내부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에서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핵 폐기를 추진하자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핵무장은 필수라는 반대론자들과 경제발전과 국가건설을 위해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협력이 필수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바로 자연보호와 후손들이었다. 소련은 카자흐스탄 북동부 세미팔라틴스크에서 지상과 지하 핵실험을 500여회나 실시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핵실험으로 인해 독일 영토보다 더 큰 지역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이렇듯 카자흐스탄 핵무기 포기는 남한과 북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백 전 대사는 전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위협임은 물론, 계속된 풍계리 핵실험은 이미 자연을 많이 훼손시켰다. 또한 인공지진의 가능성도 존재해 대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북한과 카자흐스탄은 자원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핵무기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함으로써 풍부한 에너지자원 개발을 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카자흐스탄은 1992년 독립 이후 지금까지 쉐브론, 엑슨모빌 등 메이저 에너지회사들과 협력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풍요로운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중앙아시아라는 지리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자신들의 풍부한 자원을 개발하면서 외자를 유치해 경제발전을 꾀하며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기착지로서 지정학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북한이 이번 북미정상회담 이후 카자흐스탄의 모델을 따른다면 남한은 지정학적인 '섬'에서 벗어나고 북한은 하나된 한반도로서 동아시아의 이른바 '긁지 않은 로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먼저 깨달아야 할 역사는 그들과 같은 노선을 걸었던 더 크고 강한 국가들마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경제 성장을 꾀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된다는 피해의식은 버리고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처럼 국가재건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결론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샅바싸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카자흐' 모델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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