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노래 가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일상 속에서 여성을 옥죄는 ‘현대판 코르셋’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은 우아해야 하고, 가사노동을 책임져야 하고, 예뻐야 하고…. 여성 스스로 여성을 재단하는 수많은 기준에서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신간 에세이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는 여성들을 옭아매는 온갖 수식어를 들춰내는 책이다. 화장하지 않으면, 피부가 곱지 않으면,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웃지 않으면, 섹시하면서도 청순하지 않으면, 결혼 적령기가 다 돼서까지 애인이 없으면, 결혼하지 못하면….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칼럼니스트 이진송 씨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속에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차별적 지점을 끄집어내며 글을 이끌어나간다.

7일 인터뷰에서 그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막연하게 미간이 찡그려지며 불편했던 순간들을 구체적으로 얘기해보고 싶었다”며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인 동생들에게 성평등에 관해 쉽게 얘기해주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에서 저자는 ‘여자니까’라는 말로 정당화되는 많은 압력과 요구에 대해 나열한다. 저자는 “‘팀 분위기를 위해 웃고 다녀라’라든지, 결혼한 며느리에게만 ‘싹싹하게 행동하라’는 요구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고 나선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벽보가 훼손되고, 어느 유명한 변호사는 대놓고 ‘시건방지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며 “어른들에게 사랑스럽게 굴지 않아 괘씸하게 여기거나 비난하는 건 감정적 착취”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저자 역시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책 속에서 “사회가 얘기하는 ‘~하면 안된다’와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순응하다가 저항하다 끌려다니다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한다. 적극적으로 성평등을 외치는 저자마저도 그렇다.

그는 “나 역시 사회에서 정한 틀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틀에 나를 끼워맞출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단정히 화장하고, 날씬하고, 싹싹한 여자가 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대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포용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을 자신만의 틀에 가둬두고, 틀 밖에 서 있는 여성을 마음대로 재단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남이사! 각자 인생은 각자 알아서 삽시다!’라고요. (웃음)” (프런티어, 280쪽, 1만38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