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도는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6일(현지시간) 4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중국과 통화스와프(통화 교환)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신흥국의 ‘긴축발작’(유동성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인도·브라질도 '긴축 발작'… 신흥국 통화 불안 확산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르헨티나와 터키 다음으로 브라질이 파괴적인 외환시장에 직면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최근 브라질의 통화 가치 하락이 중앙은행을 꽤 까다로운 위치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3.85헤알까지 떨어지며(환율 상승) 2016년 3월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브라질중앙은행이 지난 5일 헤알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스와프 시장에 15억달러를 썼지만 추락을 막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브라질 정부가 올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정 개혁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럭운전사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여파로 물가 압력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 통화가 요동치는 가운데 브라질 헤알화 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중앙은행은 이날 4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6.25%가 됐다. 인도가 기준금리를 높인 건 2014년 1월 이후 처음이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인도에 앞서 인도네시아와 터키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인도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는 루피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압력도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원유 가격은 올 4월 이후 12% 오른 반면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이 기간 3% 하락했다.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원유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줬다”고 말했다. 인도는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아 미국 등 선진국의 긴축정책에 취약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아르헨티나중앙은행은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외환위기에 대비한 조치다. 양국 중앙은행은 2009년 700억위안(약 11조71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지난해 이를 3년간 연장했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JP모간의 신흥시장통화지수(EMCI)는 지난 5일 65.937로 1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