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영화관 팝콘과 TV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다가오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영화관에 가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게 하나 있다. 영화 티켓 가격과 맞먹는 팝콘 가격이다.

영화관 팝콘은 보통 라지 사이즈가 5000원, 미디엄 사이즈가 4500원 정도 한다. 팝콘과 음료수를 묶은 콤보가 많이 팔리는데, 콤보는 영화 티켓보다 비싼 1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영화관에서는 언제부터 팝콘을 판매했고, 또 팝콘 가격은 왜 이렇게 비쌀까.

영화관에서 팝콘을 판매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TV 때문이다.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발명한 이후 10여 년 만인 1909년 당시 미국의 주당 영화관객 수는 4500만 명, 상영관 수도 8000개에 이를 만큼 영화산업은 급성장했다. 그런데 영화산업은 TV의 등장으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주당 9000만 명에 육박하던 관객 수가 1963년에는 절반으로 확 줄었다.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영화관 팝콘과 TV
영화관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야 했다. 추가 수익을 올리기 적합한 팝콘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팝콘은 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저렴했다. 대공황 이후 옥수수 가격이 떨어지면서 팝콘은 국민 간식이 된 상태였다. 영화관이 팝콘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관객을 유인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팝콘을 튀기는 동안 팝콘 냄새가 영화관 전체에 진동하고 튀기는 소리 역시 크다. 따라서 관객의 후각과 청각을 쉽게 자극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영화관은 팝콘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켓 가격은 낮추고 팝콘 가격을 올리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거두는 방법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티켓 가격을 내려 관객을 유인한 뒤 영화관 안에 하나뿐인 매점에서 팝콘을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면 수익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대부분 영화관에 매점이 한 곳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기업이 경쟁하는 상황에서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독점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독점기업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

실제로 영화관은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영화관은 이런 사실을 공지하지 않는다. 어렵게 구축한 독점적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폭리를 막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더 현명해지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