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말이지만 풀이가 조금 헛갈린다. 景(경)은 의미가 뚜렷하다. 해를 가리키는 日(일)이 있고, 그 밑에 높은 누각인 京(경)이 붙었다. 따라서 ‘높은 누각에 내리쬐는 햇빛’, ‘눈에 잘 드러나는 모습’ 등의 뜻을 우선 얻었다고 본다.

우뚝함, 늠름함, 크고 대단함의 맥락이다. 그로써 번지는 조어(造語)는 적지 않다. 우선 경관(景觀), 경색(景色), 광경(光景), 경물(景物), 풍경(風景), 배경(背景), 전경(全景) 등이 있다.

조선왕조의 정궁이었던 경복궁(景福宮)도 새겨볼 만하다. 여기서 景(경)은 ‘크고 우람함’의 맥락이다. ‘경복’은 《시경(詩經)》에 등장하는 말로, 크고 오래 누리는 복을 가리킨다고 했다. 경치(景致)의 나중 글자 致(치)는 무엇인가 이끌어내거나, 가서 닿는 행위를 우선 가리킨다.

나중에는 그런 행위가 어떤 결과의 형태로 맺어지는 경우를 말하기도 한다. 마음이 무언가에 따라 어떤 인상으로 자리 잡는 사례다. 굳이 말하자면 의태(意態)라고 풀 수 있다. 따라서 경치(景致)라고 하면 좋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다.

경기(景氣)라는 말은 우리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햇빛의 기운? 우선은 그렇게 풀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햇빛 아래 드러나는 여러 모습의 전체 기운을 가리키는 단어로 해석해야 마땅할 듯하다.

곧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난다. 한반도 정세의 급변, 나아가 우리가 목도하지 못한 ‘경치’에 다다를 수 있는 계기일지 모른다. 거센 풍파에서 슬기로운 조타(操舵)를 하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에 들 수도 있다. 따라서 위기이자 기회다.

내 눈앞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미래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단어 중 하나가 원경(遠景)이다. 그에 비해 가까운 곳, 바로 목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말할 때는 근경(近景)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큰 그림에 부합하려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안보의 틀을 쉽게 허물 수 없다. 그에 맞춘 현실적인 접근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원경과 근경을 모두 아우르는 고도의 전략적인 시야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