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추천 해외상품 잔혹사… 투자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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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채권·베트남펀드 수익률 급락
작년 이후 5兆 팔린 브라질국채
올들어서만 8% 이상 손실
베트남펀드 올해 6146억 팔려
증시는 4월 고점 이후 23% '뚝'
"과거 수익률만 믿고 투자 말아야"
작년 이후 5兆 팔린 브라질국채
올들어서만 8% 이상 손실
베트남펀드 올해 6146억 팔려
증시는 4월 고점 이후 23% '뚝'
"과거 수익률만 믿고 투자 말아야"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한 브라질 채권과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두 상품은 몇 년 전에도 수익률이 곤두박질쳐 투자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전력’이 있다. 증권사들의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수익률이 급락했던 ‘추천 상품 잔혹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질 채권 8% 이상 손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7개 증권사의 올해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8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4조895억원어치가 팔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액이 1조1195억원임을 감안하면 ‘국민 재테크’ 상품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올 들어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헤알화 가치는 헤알당 277원대로, 올 들어서만 약 13% 떨어졌다. 채권 이자와 자본차익으로는 4.7% 수익을 냈지만 환차손을 고려하면 8% 넘게 손실을 본 셈이다. 헤알화 가치가 367원대였던 작년 9월 투자에 나섰다면 환차손만 22%에 달한다.
이상 징후는 작년 말부터 포착됐다. 브라질의 정치불안, 신용등급 강등, 미국 금리 인상 등 불안 요인들이 수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까지 경쟁적으로 브라질 채권을 팔았다. 선취수수료가 3% 안팎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지점별로 할당량까지 제시하며 판매에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증권사 분석보고서도 쏟아졌다. 올해 초 브라질을 신흥국 최선호 국가로 꼽으며 보베스파지수 상단을 92,000선으로 올린 증권사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연금 개혁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고 지난달 전국 트럭 운전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며 보베스파지수는 20일 만에 12% 급락해 76,000선까지 떨어졌다.
◆롤러코스터 타는 베트남 펀드
올해 증권가의 최고 ‘히트 상품’인 베트남 펀드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 들어 베트남 펀드에는 전체 해외펀드 순유입액의 87%에 달하는 6146억원이 순유입됐다. 연초에는 한국 펀드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베트남 증시 전체의 외국인 투자 자금보다 많을 정도로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베트남 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시 투자금이 너무 몰리자 신규 및 추가 가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운용사들은 이 시기에 새 베트남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신흥국 불안에 경기지표 부진 등이 겹치면서 베트남 증시는 지난 4월9일 고점을 기준으로 이달 초까지 약 23% 급락했다.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도 3개월 새 10.55% 떨어졌다. 빈그룹, 비나밀크, 페트로베트남 등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중 4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를 넘어서는 등 과열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베트남 펀드들엔 최근 한 달 동안 44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환경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보다 변동성 높은 프런티어 마켓에 속하는 베트남 증시에 대해선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베트남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VN지수도 지난달 28일 저점 대비 11.4% 오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상품을 권유할 때 최근 수익률을 근거자료로 제시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꼭지’에서 물리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상품을 고를 땐 기존 수익률 외에 경기지표 등 다른 지표들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7개 증권사의 올해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8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4조895억원어치가 팔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액이 1조1195억원임을 감안하면 ‘국민 재테크’ 상품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올 들어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헤알화 가치는 헤알당 277원대로, 올 들어서만 약 13% 떨어졌다. 채권 이자와 자본차익으로는 4.7% 수익을 냈지만 환차손을 고려하면 8% 넘게 손실을 본 셈이다. 헤알화 가치가 367원대였던 작년 9월 투자에 나섰다면 환차손만 22%에 달한다.
이상 징후는 작년 말부터 포착됐다. 브라질의 정치불안, 신용등급 강등, 미국 금리 인상 등 불안 요인들이 수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까지 경쟁적으로 브라질 채권을 팔았다. 선취수수료가 3% 안팎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지점별로 할당량까지 제시하며 판매에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증권사 분석보고서도 쏟아졌다. 올해 초 브라질을 신흥국 최선호 국가로 꼽으며 보베스파지수 상단을 92,000선으로 올린 증권사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연금 개혁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졌고 지난달 전국 트럭 운전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며 보베스파지수는 20일 만에 12% 급락해 76,000선까지 떨어졌다.
◆롤러코스터 타는 베트남 펀드
올해 증권가의 최고 ‘히트 상품’인 베트남 펀드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 들어 베트남 펀드에는 전체 해외펀드 순유입액의 87%에 달하는 6146억원이 순유입됐다. 연초에는 한국 펀드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베트남 증시 전체의 외국인 투자 자금보다 많을 정도로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베트남 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시 투자금이 너무 몰리자 신규 및 추가 가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운용사들은 이 시기에 새 베트남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신흥국 불안에 경기지표 부진 등이 겹치면서 베트남 증시는 지난 4월9일 고점을 기준으로 이달 초까지 약 23% 급락했다.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도 3개월 새 10.55% 떨어졌다. 빈그룹, 비나밀크, 페트로베트남 등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중 4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를 넘어서는 등 과열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베트남 펀드들엔 최근 한 달 동안 44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환경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보다 변동성 높은 프런티어 마켓에 속하는 베트남 증시에 대해선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베트남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VN지수도 지난달 28일 저점 대비 11.4% 오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상품을 권유할 때 최근 수익률을 근거자료로 제시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꼭지’에서 물리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상품을 고를 땐 기존 수익률 외에 경기지표 등 다른 지표들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