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26) 육아 에너지 재충전 위한 이기적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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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의 일과를 끝내고 퇴근하는 길. 누구보다 치열한 하루를 보낸 워킹맘이라면 날 기다리는 아이들을 볼 생각에 설렘 반, '집으로의 출근' 생각에 벌써부터 지치는 마음 반 일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치 추구 대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은 아직 내게는 사치스러운 말 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워킹맘, 워킹대디를 지탱해주는 말 '아이와의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를 머릿속에 플래카드처럼 걸어놓고 기억하려 애쓴다.
퇴근한 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던 아이들은 30분 바짝 놀아주면 이내 더 재밌는 놀잇감을 찾아 나선다.
그럼 때는 이때다 싶어 밥을 찾아먹거나 널었던 빨랫감을 걷어 정리한다. 운이 좋으면 때로 잠깐 휴식을 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다.
하지만 '기승전엄마'라고 했던가.
왜 항상 아이들의 모든 놀이에는 엄마가 참여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 '엄마~ 빨리 와 봐요', '이것 좀 봐요' '엄마, 나랑 같이해요'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이 감사(?)해서 눈물이 날 정도다.
이 때 아이들이 늘어놓은 장난감과 책은 정리해봐야 자기 전 똑같이 돼 있을 게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외면하고 체력을 낭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드디어 찾아온 주말. 내가 이 날을 눈 빠지게 기다렸던 만큼 아이들은 엄마와 하루 종일 붙어 놀 생각에 마냥 들떠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야 상관없지만 몸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 쉴 새 없이 옆에서 놀아달라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볼라치면 '제발 한 시간만 조용하게 잠 좀 잤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이들은 책을 봐도 그림을 그려도 엄마가 옆에서 봐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기라도 한 것처럼 '엄마 이것 좀 봐봐요~', '엄마 이리 좀 와봐요~'를 무한반복한다.
감기 기운에 몸살 약을 먹고 만사가 귀찮아 누워있고만 싶었던 어느 주말이었다.
아이들은 잠시라도 내가 등을 침대에 붙이거나 나태해(?) 지는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내 옆에 와서 '일어나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특별히 '혼자만의 시간' 놀이를 할 거야"라고 말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부터 딱 한 시간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 놀이 규칙은 정해진 시간 동안은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함께 놀자고 조르면 안 되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재밌게 노는거야. 시간은 정해져 있어. 딱 한 시간 만이야!"라고 제안했다.
헛 이게 웬일. 아이들은 갑자기 "앗, 한 시간? 난 뭐 하지?"라며 분주해 했다.
예상치 못한 놀이 제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혼자만의'라는 타이틀 때문에 뭔지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시간을 부여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난 안방에서 '혼자만의 시간' 놀이 할거야. 서로를 방해하면 안 되니까 너네도 안방에 들어오면 안돼. 서로 장난감을 뺏거나 보고 있는 책을 달라고 해도 안되겠지? 자 그럼 지금부터 한시간 시~~작!!"
난 안방 침대에서, 아이들은 각각 방과 거실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놀이를 시작했다.
한 아이는 책을 보고, 한 아이는 레고를 했다가 인형놀이를 했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들은 '한 시간'으로 제한된 그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안방 문을 닫고 문에 귀를 대고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봤지만 '혼자만의 놀이'에 어떤 방해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
덕분에 나도 침대에서 혼자만의 놀이시간을 즐기며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솔직히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규칙을 잘 지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1시간이 다 되도록 아이들은 정말 안방 문을 건드리지조차 않았다.
게다가 약속했던 한 시간을 5분 남겨놓고 큰 아이가 다급한 표정으로 안방 문을 노크했다.
"아악!! 엄마 시간 10분만 늘려 주면 안 돼요? 제발요~~"
난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야 했다.
"음... 그럼 오늘만 특별히 시간을 20분 연장해 줄게. 딱 한 번 만이다."
아이는 너무 좋아하면서 나에게 금쪽같은 휴식시간 20분을 더 선사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아이들의 머릿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의 섬이 있는데 "너무 피곤해 죽겠어. 한 시간만 제발 너희들끼리 놀아. 나 좀 쉬게 내버려 둬!"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너희들에게 특별히 자유시간을 한 시간 선물로 주겠다"는 표현이 완전히 긍정적인 감정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한시간 20분간의 '혼자 놀기 시간'을 즐긴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나중에 또 하고 싶다"는 총평을 남겨 나를 만족스럽게 했다.
체력이 완전 방전된 나를 위한 재충전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힐링이 되는 이도 있겠지만 난 잠시 잠깐의 잠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잠깐의 꿀잠을 자고 난 다시 아이들에게 조금의 서운함도 안기지 않고 또다시 치열한 육아 전쟁을 치를 에너지를 충전했다.
엄마를 위한 육아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아이를 위해서라도 먼저 엄마 감정을 챙기고 건강을 챙기고 때로는 '이기적으로' 내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워킹맘의 육아에세이 [못된엄마 현실육아]는 한경닷컴 네이버 포스트 및 네이버 부모i 코너에서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치 추구 대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은 아직 내게는 사치스러운 말 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워킹맘, 워킹대디를 지탱해주는 말 '아이와의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를 머릿속에 플래카드처럼 걸어놓고 기억하려 애쓴다.
퇴근한 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던 아이들은 30분 바짝 놀아주면 이내 더 재밌는 놀잇감을 찾아 나선다.
그럼 때는 이때다 싶어 밥을 찾아먹거나 널었던 빨랫감을 걷어 정리한다. 운이 좋으면 때로 잠깐 휴식을 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다.
하지만 '기승전엄마'라고 했던가.
왜 항상 아이들의 모든 놀이에는 엄마가 참여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 '엄마~ 빨리 와 봐요', '이것 좀 봐요' '엄마, 나랑 같이해요'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이 감사(?)해서 눈물이 날 정도다.
이 때 아이들이 늘어놓은 장난감과 책은 정리해봐야 자기 전 똑같이 돼 있을 게 뻔하기 때문에 최대한 외면하고 체력을 낭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드디어 찾아온 주말. 내가 이 날을 눈 빠지게 기다렸던 만큼 아이들은 엄마와 하루 종일 붙어 놀 생각에 마냥 들떠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야 상관없지만 몸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 쉴 새 없이 옆에서 놀아달라 조잘거리는 아이들을 볼라치면 '제발 한 시간만 조용하게 잠 좀 잤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아이들은 책을 봐도 그림을 그려도 엄마가 옆에서 봐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기라도 한 것처럼 '엄마 이것 좀 봐봐요~', '엄마 이리 좀 와봐요~'를 무한반복한다.
감기 기운에 몸살 약을 먹고 만사가 귀찮아 누워있고만 싶었던 어느 주말이었다.
아이들은 잠시라도 내가 등을 침대에 붙이거나 나태해(?) 지는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내 옆에 와서 '일어나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특별히 '혼자만의 시간' 놀이를 할 거야"라고 말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부터 딱 한 시간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 놀이 규칙은 정해진 시간 동안은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함께 놀자고 조르면 안 되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재밌게 노는거야. 시간은 정해져 있어. 딱 한 시간 만이야!"라고 제안했다.
헛 이게 웬일. 아이들은 갑자기 "앗, 한 시간? 난 뭐 하지?"라며 분주해 했다.
예상치 못한 놀이 제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혼자만의'라는 타이틀 때문에 뭔지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시간을 부여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난 안방에서 '혼자만의 시간' 놀이 할거야. 서로를 방해하면 안 되니까 너네도 안방에 들어오면 안돼. 서로 장난감을 뺏거나 보고 있는 책을 달라고 해도 안되겠지? 자 그럼 지금부터 한시간 시~~작!!"
난 안방 침대에서, 아이들은 각각 방과 거실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놀이를 시작했다.
한 아이는 책을 보고, 한 아이는 레고를 했다가 인형놀이를 했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들은 '한 시간'으로 제한된 그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안방 문을 닫고 문에 귀를 대고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봤지만 '혼자만의 놀이'에 어떤 방해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
덕분에 나도 침대에서 혼자만의 놀이시간을 즐기며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솔직히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규칙을 잘 지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1시간이 다 되도록 아이들은 정말 안방 문을 건드리지조차 않았다.
게다가 약속했던 한 시간을 5분 남겨놓고 큰 아이가 다급한 표정으로 안방 문을 노크했다.
"아악!! 엄마 시간 10분만 늘려 주면 안 돼요? 제발요~~"
난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야 했다.
"음... 그럼 오늘만 특별히 시간을 20분 연장해 줄게. 딱 한 번 만이다."
아이는 너무 좋아하면서 나에게 금쪽같은 휴식시간 20분을 더 선사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아이들의 머릿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의 섬이 있는데 "너무 피곤해 죽겠어. 한 시간만 제발 너희들끼리 놀아. 나 좀 쉬게 내버려 둬!"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너희들에게 특별히 자유시간을 한 시간 선물로 주겠다"는 표현이 완전히 긍정적인 감정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한시간 20분간의 '혼자 놀기 시간'을 즐긴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나중에 또 하고 싶다"는 총평을 남겨 나를 만족스럽게 했다.
체력이 완전 방전된 나를 위한 재충전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힐링이 되는 이도 있겠지만 난 잠시 잠깐의 잠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잠깐의 꿀잠을 자고 난 다시 아이들에게 조금의 서운함도 안기지 않고 또다시 치열한 육아 전쟁을 치를 에너지를 충전했다.
엄마를 위한 육아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아이를 위해서라도 먼저 엄마 감정을 챙기고 건강을 챙기고 때로는 '이기적으로' 내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워킹맘의 육아에세이 [못된엄마 현실육아]는 한경닷컴 네이버 포스트 및 네이버 부모i 코너에서도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