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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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상의도 없이 고양이 두 마리를 집에 데려와 갈등이 빚어졌다는 결혼 2년차 남편 A씨의 이야기다. 누군가에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소수의 사연들이 사실은 내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는 현실 일지 모른다. 다양한 일상 속 천태만상을 통해 우리 이웃들의 오늘을 들여다보자.

어느 날 A씨가 퇴근해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있었다.

깜짝 놀라 '웬 고양이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친구가 여행 가면서 2주만 봐달라고 했어"라고 답했다.

평소 깔끔한 성격의 A씨는 고양이 털이 자신의 양복에 붙는 것을 우려했고 아내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고양이를 졸지에 키우게 된 A씨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집안 곳곳에 털이 날리고 냄새가 나서 참을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약속했던 2주가 지나도 아내는 고양이를 데려다주지 않아 따져 물었고 돌아온 아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사실은 분양받아 온 고양이야. 키우려고 데려왔어. 허락 안 할까 봐 거짓말한 거야. 미안해."

아내의 대답에 A씨는 펄쩍 뛰었다.

그는 "나는 개건 고양이건 집에서 반려동물 키우는 건 싫다. 케어할 자신도 없고 냄새나고 털이 이렇게 날려서 못 참겠다"고 말했지만 아내는 "내가 다 케어하겠다"고만 했다.

아내가 아무리 케어를 한다 해도 외출했다 들어오면 고양이 냄새가 났고 양복 여기저기엔 고양이 털 천지였다.

하루는 옷걸이에 걸린 옷을 들어 올리려다 수북한 고양이 털을 본 A씨가 "에이 XX 진짜"라고 욕을 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욕을 하는 남편을 본 아내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런 욕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A씨 또한 "결혼하면 둘이 함께 사는 건데 합의도 없이 고양이를 데려온 건 당신 아니냐. 이번 주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가져다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따지면서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A씨는 강경하게 "같이 사는 동안은 절대 못 키우니 그렇게 알라"고 했고 아내도 지지 않고 "그럼 이혼하자"고 했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아내의 행동에 화가 난 A씨는 집 밖에 나가서 캔맥주를 마시고 들어와서 서재에서 자고 출근하고 냉전 중이다.

A씨는 고양이 문제로 이혼 얘기를 듣게 된 충격을 토로하면서 "정말 이혼까지 감수하면서 싸워야 아내가 정신을 차릴지 의문이다"라면서 "아내와 별로 싸워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물었다.

네티즌들은 "부인 같은 사람들 때문에 유기 동물이 생긴다. 가족들 동의도 받지 않고 혼자 신나서 데리고 오다니. 지금도 A씨가 뻔히 싫다고 할 거 아니까 설득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말도 없이 데려온 거 아닌가. 진짜 동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그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아내 완전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잘못은 자신이 해놓고는 고양이를 못 키우게 하면 이혼하자니 어이가 없다", "이혼하기 싫어서 지금 고양이를 받아들인다 해도 저 여자는 앞으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계속 이혼이란 말을 무기로 삼을 것이다", "나도 고양이 키우지만 아내분 같은 무책임한 사람 진짜 싫다. 왜 사랑받으며 잘 지낼 수 있는 고양이들을 자기 멋대로 데려와서 이 사단을 만드나", "집안에 생명을 들이는데 함께 사는 사람한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게다가 거짓말로 키우기 시작하다니 아내가 정말 이기적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배우자 허락 없이 데려온 이번 경우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도움말=이인철 변호사
도움말=이인철 변호사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고양이나 반려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상당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반려동물 문제가 있다고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이 문제로 갈등이 심해지고 폭언이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반려동물도 정말 소중한 존재이지만 사람이 먼저다. 사람인 배우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