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식품주가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등 1분기부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데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실질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적 개선에 경협 수혜 기대… '투자 입맛' 다시 도는 식품株
남북경협주로 부상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원F&B는 3500원(1.23%) 내린 28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하긴 했지만 장중 29만3500원으로 최근 1년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쌍끌이’ 매수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억원과 12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가가 18.24% 올랐다.

동원F&B뿐 아니라 매일유업(5월 이후 주가상승률 11.88%), 선진(4.35%), 오리온(19.28%), CJ제일제당(8.60%) 등의 식품기업 주가도 우상향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식품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의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라도 지원 가능한 대안으로 식품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995~2016년 정부와 민간이 북한에 지원한 품목은 분유 밀가루 등 필수 식료품이 주를 이뤘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유 식료품 등 인도적 차원의 협력은 먼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품주는 최근 급등한 남북경협주에 비해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반등하는 실적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매일유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8% 늘었다. 2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추정치(178억원)와 비교해도 11.59% 증가했다. 최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줄었던 중국으로의 분유 수출이 늘고 있다”며 “국내에선 프리미엄 브랜드인 상하목장이 자리를 잡으며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도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꼬북칩 등 신제품이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직영점을 대리점으로 바꾸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내실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동원F&B(올해 영업이익 증가율 13.65%), 농심(19.57%), 대상(26.28%) 등도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식품기업 18곳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조3952억원에서 올해 4조990억원으로 20.73% 늘어날 전망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다. 식품주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랠리에서 소외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실적 기준 매일유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1.34배다. 선진(7.12배), 동원산업(6.96배) 등도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최근 남북경협주가 크게 오르면서 그 안에서 순환매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이 개선되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식품주 등에 선별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