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산업이 커지면서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5년 만에 다시 음원시장에 진출할 계획이고, 1위 업체인 카카오M도 꾸준히 이용자를 확대 중이다. 구글과 애플뮤직 등 해외 업체도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한국 업체와의 제휴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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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M&A 소문

8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국내 4위 온라인 음원 유통업체인 CJ디지털뮤직을 두고 국내 통신업체들의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6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계 2위 지니뮤직은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디지털뮤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도 한때 이 업체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고, 업계 3위 업체인 NHN벅스를 인수한다는 소문까지 돌았으나 부인했다.

SK텔레콤은 2013년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사업인 멜론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 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당시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현 카카오M) 지분 67.5%를 보유하고 있던 SK플래닛의 모회사가 SK텔레콤이었고, 지주회사가 SK(주)였다. SK플래닛은 로엔 지분 100%를 확보하는 대신 매각을 선택했다.

그런 SK텔레콤이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커지자 5년 만에 음원시장 재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 3사와 제휴를 맺었다. 3월에는 자회사 아이리버를 통해 NHN벅스가 보유하고 있는 고품질 음원 서비스업체 ‘그루버스’를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국내 최초로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을 내놓는 등 멜론을 업계 1위로 키웠다”며 “음원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것을 더 이상 구경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확보 경쟁 치열

카카오는 지난달 멜론을 운영하는 자회사 카카오M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최근 이용자 증가세가 주춤한 멜론과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연계를 강화해 시장 영향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자사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카카오 미니’의 기능을 확대해 멜론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NHN벅스 역시 VIP 회원에게 도서, 카페 이용권 등 각종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 이용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업체도 적극적이다. 애플뮤직은 LG유플러스와 손잡았다. LG유플러스 이용자에게 애플뮤직 5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유인하고 있다. 5개월이 지나면 유료 회원으로 전환된다.

구글의 유튜브는 지난달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광고 없이 음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유튜브 뮤직’과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개선한 서비스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출시될 전망이다.

다음 먹거리는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경쟁이 달아오르는 것은 관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음원시장 규모는 지난해 119억5100만달러(약 12조8510억원)에서 2021년 182억5700만달러(약 19조6318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음악을 온라인으로 즐긴다고 답한 비율은 70.6%에 달했다. 49.9%는 돈을 내고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대답했다. 이 중 56.6%는 월 5000원에서 1만원 미만을 결제했다. 9.9%는 1만원 이상을 썼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요 기능인 AI 스피커 이용자도 늘고 있다. 2016년 9월 SK텔레콤이 처음으로 ‘누구’를 출시한 이후 1년4개월 만에 KT의 ‘기가지니’, 네이버의 ‘프렌즈’,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 등 모두 합쳐 AI 스피커가 100만 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음원시장만 잡아도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국내외 관련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미국 스포티파이는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목받았다. 유료 가입자 수가 65개국 7100만 명에 달하는 업체다. 지난해 매출이 49억9000만달러(약 5조3717억원)로 전년보다 39% 늘었다. 시가총액은 7일 296억달러(약 31조8644억원)를 기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