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 500억달러(약 53조4000억원)를 받기로 했다. 급격한 자금 유출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위기가 재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 1.5~1.75%인 기준금리를 다음주 0.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다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현지시간) IMF의 대기성 차관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01년 외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17년 만에 또 돈을 빌리는 신세가 됐다. 과거 ‘퍼주기식’ 복지정책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2%에서 1.3%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도 내년 17%, 2020년 13%, 2021년 9%로 억제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4월부터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자 지난달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34% 하락했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아르헨티나를 넘어 다른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 한 달 사이 달러에 비해 10% 하락했다. 시장에선 브라질도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터키중앙은행은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기준금리인 1주일짜리 레포(repo) 금리를 연 16.50%에서 연 17.75%로 인상했다.

미국 Fed가 오는 12~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 경제 기초가 취약한 나라를 중심으로 통화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