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으로 망명하고 싶다”며 차를 몰고 서울 광화문 근처 미국대사관으로 돌진한 여성가족부 과장 윤모씨(47)가 과대망상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경찰서는 “윤씨가 과대망상증으로 예전 두 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건강보험공단, 병원 등 관계기관에 진료 내역을 요청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는) 미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고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하면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생겨 이 같은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며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7일 오후 7시22분께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미 대사관으로 돌진한 혐의(특수재물손괴)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당시 윤씨는 ‘헬프 미’ 등을 외치며 횡설수설했다. 윤씨와 동승한 양육비이행관리원 소속 변호사 노모씨는 치료받고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씨 소유인 그랜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윤씨가 미 대사관 근처에서 갑자기 “내가 운전하겠다”며 운전대를 잡은 뒤 대사관으로 돌진했다. 노씨는 여가부 직원을 상대로 법률자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노씨도 곧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7급 공채 출신인 윤씨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17년여간 여가부에서 근무했다. 징계 또는 휴직, 병가 경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엔 미국 연수가 예정돼 있었다. 윤씨는 “영어공부를 하면서 과대망상 증상이 재발했고 최근 토플시험을 보던 중 두통이 심해 포기하고 나왔다”며 “지난 3일간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윤씨가 사고 직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저 전향했습니다. 이제 자본주의자입니다”라고 올린 것이 알려지며 ‘고정간첩’이 아니냐는 추측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 휴대폰을 분석해 사전 모의 여부와 테러 용의점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사건에 여가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중열 여가부 대변인은 “성실하게 일하던 분”이라며 “(공무원의) 정신과 치료 경력은 부처로선 알 길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윤씨를 직위해제하고 경찰 조사 결과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해성/이수빈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