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일정 범위 이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때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 방법 가운데 ‘옵션 양매도 전략’이 있다. 해당 지수를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과 지수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옵션 투자전략이다. 지수가 횡보할 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개인은 옵션 거래가 어려워 접근하기 힘든 투자법이다.

이런 투자전략을 규칙화해 지수로 만든 다음 개인투자자도 언제든 거래할 수 있도록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품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내놓은 ‘TRUE 코스피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틀어 덩치가 가장 빠르게 불어난 상품이다.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 팀장(사진)은 지난해 출시한 이 상품의 기획부터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 팀장 "ETN 활용하면 개인도 기관처럼 옵션투자 가능"
◆연 5~6% 수익 기대

‘TRUE 코스피 양매도’는 매월 옵션만기일에 외가격(OTM)이 5%인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한다. 5% OTM 콜옵션을 매도한다는 의미는 한 달 뒤 옵션 만기일에 지금 지수보다 5% 높은 가격에 지수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판다는 뜻이다. 옵션 만기일에 지수가 5%보다 더 많이 오르면 콜옵션을 산 사람은 원래 약속한 가격에 지수를 사들여 차익을 남기겠지만, 그보다 덜 오르면 지수를 사들일 권리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면 콜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남길 수 있다. 양매도 전략은 이런 식으로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매도해 양쪽에서 옵션 프리미엄을 남긴다. 한 달 뒤 지수가 지금보다 5% 이상 빠지거나 오르지도 않으면 수익이 난다는 얘기다.

김 팀장은 “최근 5년간 지수가 한 달 동안 위아래로 5% 이상 움직이지 않은 비율은 93%였다”며 “연 5~6%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달에는 옵션 프리미엄만 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TRUE 코스피 양매도’는 8일 기준 최근 1년 동안 5.14% 수익을 냈다.

만약 지수가 예상과 달리 옵션 매도 당시보다 ±5% 이상 크게 움직이면 손실이 난다. 만약 지수가 옵션 만기일에 한 달 전보다 7% 올랐다면 여기서 5%를 제한 2%를 손해 본다. 김 팀장은 “변동성이 커져서 손실을 보더라도 그만큼 다음달 옵션 프리미엄이 커지기 때문에 회복할 수 있다”며 “매월 옵션 만기일마다 당일 코스피200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점을 재조정하기 때문에 손실이 누적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금액 가파른 증가세

개인이 손쉽게 옵션 전략을 활용해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 들어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의 총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1473억원에서 4711억원으로 220% 늘었다. 총자산가치는 증권사가 발행한 ETN 가운데 실제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간 규모를 뜻한다. 올 들어 ETN과 ETF를 합한 상장지수상품(ETP) 가운데 가장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크게 손실이 날 가능성은 없을까. 양매도 전략은 과거 이 방법으로 투자원금을 모두 날린 투자자문사 대표가 목숨을 끊는 등 사회 이슈로 비화되기도 했다. 김 팀장은 “기관이 양매도 전략을 쓸 때는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과도한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손실이 나면 규모도 컸다”며 “양매도 ETN은 레버리지 없이 운용하면서 증거금을 내고 남은 자금은 채권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자수익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앞으로도 양매도 ETN처럼 선물이나 옵션을 구조화하는 상품을 추가로 설계할 예정이다. 최근엔 국내 증시 변동성에 투자하는 ETN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를 추종하는 ETN이 상장됐지만, 국내 증시 변동성에 투자하는 상품은 아직 없다. 김 팀장은 “국내 증시 변동성에 투자할 수 있는 지수로 한국거래소가 만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있기는 하지만 선물 거래량이 적어 상품으로 만들기는 적합하지 않다”며 “변동성 지수를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비슷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