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일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가 올해 1분기 195만 명을 기록해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190만 명을 넘어섰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할 능력도 있고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실업통계에도 빠지는 '쉬었음' 200만명 육박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7000명 늘어난 195만1000명이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19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병원 치료나 육아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비경제활동 유형은 쉬었음 외에도 육아, 가사, 통학, 연로, 심신장애 등이 있다.

쉬었음 인구는 1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3분기 16만5000명, 4분기 22만 명 늘어나는 등 3분기 연속 10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1분기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주로 50세 이상이 견인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1만5000명 늘면서 84만1000명을 기록,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50대 쉬었음 인구도 3분기 연속 늘어나면서 40만6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분기(41만4000명) 이후 가장 많다.

쉬었음 인구가 큰 폭으로 늘면서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7%를 기록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장년·고령층 위주의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나빠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 일자리 중 상당수는 임시·일용직 형태다.

올해 1분기 임시·일용직은 607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1000명 감소했다. 이는 2013년 1분기(25만5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1분기 임시·일용직 감소 폭은 1년 전보다 5만여 명 확대됐다. 이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음식·숙박업에 전체 감소분의 40%인 2만여 명이 집중돼 있다.

5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 폭도 27만 명에 그쳐 2016년 2분기(26만1000명)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통계청 관계자는 “60세 이상 쉬었음 인구 증가세에는 고령화 추세로 노인 인구 자체가 늘어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최근 노인 일자리가 1∼2년 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