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에는 양립하기 까다로운 두 가지 성질이 있다. 비거리와 부드러운 타구감이다. 거리를 늘리려면 압축 강도를 높여야 한다. 단단하다는 뜻이다. 단단할수록 타구감 역시 딱딱한 느낌이 강해진다. 부드러우면서도 멀리 날아가는 공을 ‘퍼펙트 볼’로 부르며 업계가 기술 개발 노력을 늦추지 않는 까닭이다.

타이틀리스트가 18년 만에 내놓은 새 골프공 ‘AVX’(사진)는 이 퍼펙트 볼이 지향점이다. 기존 제품인 프로V1과 프로V1x의 지평을 한 차원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름 AVX가 ‘대안’이라는 뜻의 ‘Alternative V1, V1x’라는 뜻을 담고 있다. 더 부드럽고 더 멀리 날아간다는 얘기다.

AVX는 기존 제품과 똑같이 부드럽고 찰진 소재인 우레탄 커버를 썼다. 특허 소재인 열경화성 우레탄(GRN41)을 적용했다. 하지만 기존 제품보다 탄도가 낮고 스핀양이 적다. 그러면서도 타구감은 가장 부드럽다. 김태훈 타이틀리스트 마케팅부장은 “코어 소재인 폴리부타디엔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첨가제를 넣어 적은 힘으로도 공을 쉽게 압축해 날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롱게임과 아이언샷에서 편안하게 비거리를 늘려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어를 감싸는 ‘케이싱 레이어’ 역시 볼 스피드와 스핀 컨트롤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신소재 ‘하이 플렉스 케이싱 레이어’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딤플 구조도 바꿨다. 딤플 가장자리는 가파르게, 밑바닥은 평평한 사발 형태로 만들어 탄도를 낮췄다. 이홍우 타이틀리스트 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지에서 현장 테스트를 한 결과 한 클럽에서 반 클럽 정도 비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3피스 이상의 프리미엄 공에 타이틀리스트가 컬러를 입힌 것도 처음이다. 컬러볼이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장 변화를 감안했다.

김 부장은 “컬러 염료를 첨가했을 때의 소재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을 기술 개발을 통해 해소했고, 그 결과 타사보다는 출시가 늦었지만 완성도가 더 높은 프리미엄 컬러볼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신제품을 잘 내놓지 않기로 유명하다. 세계 투어프로의 74%가 타이틀리스트를 사용하고 그 가운데 70%가 한 번 이상 우승했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덕에 기존 제품이 잘 팔리고 있는데 굳이 새 제품을 내놔 전선을 흐릴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2016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의 필요성이 강조돼왔다”며 “충성도가 높은 기존 고객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해내자는 복안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약 1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골프공 시장은 5~6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어서 타이틀리스트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