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출근한 경총 부회장 "자진사퇴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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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총에선…
회장 이어 부회장 거취 놓고 내홍
손경식 - 송영중 1시간 독대
손 회장 "회장단 의견 듣고 판단"
회장단은 경질로 가닥 잡은 듯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계 목소리 대변 기능 '마비'
"잇단 정치권 개입에 예고된 파행"
회장 이어 부회장 거취 놓고 내홍
손경식 - 송영중 1시간 독대
손 회장 "회장단 의견 듣고 판단"
회장단은 경질로 가닥 잡은 듯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계 목소리 대변 기능 '마비'
"잇단 정치권 개입에 예고된 파행"
지난 2월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분란을 겪었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다시 내홍에 빠졌다. 이번에는 고용노동부 출신인 송영중 상임부회장의 거취가 불씨가 됐다. 그가 지난달 말부터 지난주까지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총 임직원과의 갈등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지난달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란 때 노동계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경총이 내부 갈등에 휩싸여 제 역할을 못 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굵직한 현안에 재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총은 1970년 설립된 고용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노사문제와 관련해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한다.
◆“회장단 회의에서 거취 결정”
송 부회장의 거취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달 말부터 그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경총 임직원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집이나 외부에서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하지만 경총 안팎에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많다. 일부 회원사들은 손경식 회장에게 “송 부회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 속에서 11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으로 출근한 송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최저임금 결정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재계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부회장은 이날 한 시간 가까이 손 회장과 독대했지만 거취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조만간 회장단 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이 자리에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송 부회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이번주나 다음주 안에 사퇴하지 않으면 회장단 회의에서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경총 회장단은 손 회장과 송 부회장, 주요 회원사 대표 24명 등으로 구성된다. 평소 회장단 회의에는 5~10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개입에 멍든 경총
재계 인사들은 ‘예고된 파행’이라고 지적한다. 정치권이 경총 인사에 개입하려고 나선 게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경총이 내홍에 휩싸이기 시작한 건 지난 2월이지만 지난해 5월 정부의 ‘3단 경고’가 시발점이었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당시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했다가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2월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치권 개입설은 더욱 논란이 됐다. 당초 박병원 전 회장이 연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박 전 회장은 돌연 김영배 부회장과 동반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경총 회장단 일부가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가 무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도 여권 실세가 관여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경총 회장이 손경식 CJ 회장으로 결정된 뒤에도 상임부회장을 결정하는 데 한 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정치권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다 늦어졌다는 게 정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용부 출신인 송 부회장이 선임됐지만 재계에서는 “친(親)노동계 인사가 경총 부회장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런 우려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확산됐다. 경총과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국회가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경총은 당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한 안이라 수용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노동계와 손을 잡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 부회장은 이런 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총의 내홍은 정치권이 무리하게 인사에 개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송 부회장의 거취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달 말부터 그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경총 임직원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집이나 외부에서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하지만 경총 안팎에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많다. 일부 회원사들은 손경식 회장에게 “송 부회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 속에서 11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으로 출근한 송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최저임금 결정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재계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부회장은 이날 한 시간 가까이 손 회장과 독대했지만 거취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조만간 회장단 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이 자리에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송 부회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이번주나 다음주 안에 사퇴하지 않으면 회장단 회의에서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경총 회장단은 손 회장과 송 부회장, 주요 회원사 대표 24명 등으로 구성된다. 평소 회장단 회의에는 5~10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개입에 멍든 경총
재계 인사들은 ‘예고된 파행’이라고 지적한다. 정치권이 경총 인사에 개입하려고 나선 게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경총이 내홍에 휩싸이기 시작한 건 지난 2월이지만 지난해 5월 정부의 ‘3단 경고’가 시발점이었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당시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했다가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2월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치권 개입설은 더욱 논란이 됐다. 당초 박병원 전 회장이 연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박 전 회장은 돌연 김영배 부회장과 동반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경총 회장단 일부가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가 무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도 여권 실세가 관여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경총 회장이 손경식 CJ 회장으로 결정된 뒤에도 상임부회장을 결정하는 데 한 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정치권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다 늦어졌다는 게 정설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용부 출신인 송 부회장이 선임됐지만 재계에서는 “친(親)노동계 인사가 경총 부회장을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런 우려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확산됐다. 경총과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국회가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경총은 당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한 안이라 수용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노동계와 손을 잡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 부회장은 이런 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총의 내홍은 정치권이 무리하게 인사에 개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