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비 주며 '밀수 금괴 배달' 성행
세관에 적발되면 벌금형 등 처벌
11일 경찰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금괴 운반 아르바이트는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한 2015년 이후 나타났다. 2014년 일본의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돼 금 시세가 급등하자 세금 혜택이 많은 홍콩에서 금괴를 산 뒤 일본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금 중개무역상이 늘어난 영향이다.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홍콩에서 산 금괴를 일본에서 팔면 대체로 10%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홍콩발 금괴 밀수가 급증하자 일본 정부는 홍콩에서 직항으로 입국한 승객을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했다. 그러자 중개무역상들은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도록 금괴 출발지를 ‘세탁’해 일본 세관의 감시를 피하는 전략이다. 인터넷 아르바이트생 모집 사이트에는 ‘물건 대행 전달’이라며 일본행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뿐 아니라 여행 경비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모집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보통 세관의 감시가 느슨한 가족단위 여행객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만일 일본 세관에 적발되면 현지에서 벌금형 등 처벌을 받는다.
운반 아르바이트가 기승을 부리자 국내 수사기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3일 부산지방검찰청이 처음으로 불법 금괴 중개무역 행위에 관세법을 적용해 A씨(53) 등 금괴 밀수조직원 10명을 기소했다. 이 조직은 2015년 7월~2016년 12월까지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 2조원어치를 국내 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뒤 공짜 여행으로 고용한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넘겨 일본으로 반출한 혐의다. 이들이 불법 무역으로 거둔 시세차익은 약 400억원대. 동원된 한국인 여행객은 2016년에만 5000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환승을 통해 이뤄지는 금 해외 밀수는 그동안 관세법의 한계로 처벌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부산지검이 관세법상 밀반송 규정을 적용해 기소한 만큼 해당 사건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유사사건에 같은 법규를 적용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