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에 3만건 민원 낸 '악성 카파라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교통위반 車 '찰칵' 후 협박해 돈 뜯고, 안 주면 '제보'
"마구잡이 민원에 행정력 낭비"
6개월간 70명에 150만원 뜯어
공익제보 후 처벌 경미하면
'처벌 세게하라'며 다시 민원
"마구잡이 민원에 행정력 낭비"
6개월간 70명에 150만원 뜯어
공익제보 후 처벌 경미하면
'처벌 세게하라'며 다시 민원
공익 제보를 빌미로 다수의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로부터 금품을 뜯어낸 30대 회사원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수년 동안 3만여 건을 관공서에 제보하는 등 민원 제도도 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공갈과 상습공갈·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중견 건설회사에서 임원급 운전기사로 일하는 장모씨(38)를 지난 5일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2016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불법 유턴 등을 한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상대로 “공익 제보를 하지 않는 대신 성의껏 현금을 주면 무마해주겠다”며 약 70회에 걸쳐 1만~5만원씩 총 150만원가량을 뜯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의 휴대폰 조사 결과 660여 건의 영상을 찍었고 이 중 222건이 삭제됐다”며 “돈을 받고 삭제한 영상이 70건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씨는 주로 회사 임원이 거주하는 반포자이 아파트 일대에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쪼개 범행을 저질렀다. 도로 옆 풀숲 등에 숨어 있다가 불법 유턴을 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차 앞으로 달려가 호루라기를 불며 동영상을 촬영하는 식이다. 지난 4월 불법 유턴을 했다가 장씨에게 5만원을 갈취당한 피해자 이모씨(29)는 “장씨가 ‘반포자이 아파트에 사는데 주민들에게 민원이 많이 들어와 대표로 해결하고 있다’며 ‘경찰서에 있는 분들도 자신의 공을 높이 산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제보한 내용에 가장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1만9000여 건, 경찰청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1만1000여 건 등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 관련 기관에 3만2000여 건의 민원을 넣었다. 주무부처 담당자가 운전자의 범칙 행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훈방 조치를 하면 “내가 어렵게 (제보)했는데 왜 훈방하느냐”고 따지고, 자신의 뜻대로 범칙금이 정해지지 않으면 담당자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해 해당 공무원이 불친절하다고 다시 민원을 넣었다.
교통법규 위반 관련 협박용 민원이 증가해 이를 거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민신문고를 통해 처리된 경찰 민원 수는 2011년 10만5359건에서 2015년 57만7931건으로 5년 만에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교통법규 위반을 처리해 달라는 협박용 악성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서 나오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들이받은 뒤 ‘112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약 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B씨(33)도 경찰 민원을 악용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협박용 악성 민원이 증가해 엄청난 행정력이 낭비되고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까지 늘고 있다”며 “공익신고 제한 제도 등 악의적인 민원인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서울 서초경찰서는 공갈과 상습공갈·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중견 건설회사에서 임원급 운전기사로 일하는 장모씨(38)를 지난 5일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2016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불법 유턴 등을 한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상대로 “공익 제보를 하지 않는 대신 성의껏 현금을 주면 무마해주겠다”며 약 70회에 걸쳐 1만~5만원씩 총 150만원가량을 뜯어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의 휴대폰 조사 결과 660여 건의 영상을 찍었고 이 중 222건이 삭제됐다”며 “돈을 받고 삭제한 영상이 70건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씨는 주로 회사 임원이 거주하는 반포자이 아파트 일대에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쪼개 범행을 저질렀다. 도로 옆 풀숲 등에 숨어 있다가 불법 유턴을 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차 앞으로 달려가 호루라기를 불며 동영상을 촬영하는 식이다. 지난 4월 불법 유턴을 했다가 장씨에게 5만원을 갈취당한 피해자 이모씨(29)는 “장씨가 ‘반포자이 아파트에 사는데 주민들에게 민원이 많이 들어와 대표로 해결하고 있다’며 ‘경찰서에 있는 분들도 자신의 공을 높이 산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제보한 내용에 가장 무거운 범칙금을 부과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1만9000여 건, 경찰청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1만1000여 건 등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 관련 기관에 3만2000여 건의 민원을 넣었다. 주무부처 담당자가 운전자의 범칙 행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훈방 조치를 하면 “내가 어렵게 (제보)했는데 왜 훈방하느냐”고 따지고, 자신의 뜻대로 범칙금이 정해지지 않으면 담당자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해 해당 공무원이 불친절하다고 다시 민원을 넣었다.
교통법규 위반 관련 협박용 민원이 증가해 이를 거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민신문고를 통해 처리된 경찰 민원 수는 2011년 10만5359건에서 2015년 57만7931건으로 5년 만에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교통법규 위반을 처리해 달라는 협박용 악성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서 나오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들이받은 뒤 ‘112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약 8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B씨(33)도 경찰 민원을 악용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협박용 악성 민원이 증가해 엄청난 행정력이 낭비되고 금품을 갈취하는 행위까지 늘고 있다”며 “공익신고 제한 제도 등 악의적인 민원인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